[Flickr, ©Nicolò Paternoster]
연구를 위한 논문 읽기가 아니더라도 EBP를 하다 보면 수많은 논문을 짧은 시간에 읽어야 한다. 물론 영어 독해 능력이 가장 먼저 걱정스럽게 느껴지지만, 독해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생소한 용어들로 도배된 논문을 읽고 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쓴다고 또 자료를 최대한 알아보기 쉽게 작성했다고 하지만, 비영어권이면서 전문 연구자가 아닌 우리는... 왠지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이다. 또 웬만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면 한문장 한문장 어렵사리 번역하다 보면 전체 글의 논리와 내용을 파악하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 세세하게 살펴보다 보니 산 전체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시간이 훅 가버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려나.
논문을 자주 읽다 보면 자신만의 읽기 패턴이 생긴다. 논문이 아주 아주 아주 형식적인/정형화된 글이듯이 그런 글을 읽는 패턴도 정해져 있다. 논문 읽기가 편안해진 분들에게 물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착실하게 읽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논문 읽는 모습을 보면 정신 사납게 이리저리 페이퍼를 넘겨보며 논문을 파악한다. 앞뒤 맥락을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하며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글을 번역해서 게시하는 이유는 이 글을 읽고 공감을 했기 때문이다. 연구자 코스프레 하던 시절, '아! 논문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착실하게 읽는 것이 아니구나. 되려 그렇게 하는 것이 논문 내용 파악에 더 어렵구나.'라는 것을 느꼈었다. 머릿속에 질문을 만들어서 그 질문의 답을 확인하고 찾는 식으로 논문 내용을 파악하였다. '이렇게 건성으로 봐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중에 이 글을 읽고 그렇게 논문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런 글을 읽지 않아도 논문을 많이 보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 내지는 패턴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수준이 되지 않는 분들은 이런 방식대로 읽기 연습을 하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을 듯하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일러 두기]
이 글은 Editage사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던 글을 번역한 것이다. 아니 번역이라고 보다는 편역이라 해야겠다. 일대 일 번역 보다는 생각을 덧붙여서 작성하였으니 말이다. 또 무리하게 번역하다보면 무책임한 번역투의 문장을 피할 수 없으니, 나름은 우리말에 가깝도록 바꾸고자 시도했음을 밝힌다. 원글의 제목은 "연구 논문 읽는 법(The Art of Reading a Research Paper)"이다. 원글의 출처를 밝히고자 원래 주소로 접속했으나 링크가 깨져 있다. 링크를 달 수 없어서 원글을 텍스트 파일로 변환하여 아래 첨부하였다. 굳이 읽으실 분은 다운로드 하여 읽으시기 바란다.(원문과 대조하는 잉여짓 하기 있귀? 없귀?) * 원래 링크된 주소: www.editage.co.kr/resources/article8.html 클리핑된 날짜 2011년 9월.
[Flickr, ©Wendy]
효율적으로 논문 읽기
우리는 여러 목적을 가지고 논문을 검색한다. 치료에 관한 근거를 찾기 위해서, 자신이 실행하고자 하는 연구와 관련된 문헌을 찾기 위해서 논문을 검색한다. 그렇게 관심 있는 주제의 논문을 검색해보니 관심이 가는 논문이 100편 정도라고 해보자. 다 읽어 볼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엄두가 나지 않겠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논문의 구조와 특성을 알고 덤비면 상대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수많은 논문을 읽고 우리에게 관련 있는 논문을 찾는 것은 읽을 대상의 특성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논문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그를 강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논문을 읽는 방법을 말해주는 사람과 정보는 부족하다.
1. 논문의 요약지인 초록(abstract)을 읽어라.
다들 알고 있듯이, 초록은 특정 논문의 '찌라시(광고지)'이다. 물건을 살 때 광고지를 보고 구매를 고려하듯이 초록이라는 광고지를 먼저 보고 이 논문을 깊이 있게 읽을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초록에는 논문의 구성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 서론, 연구방법(대상, 절차, 도구), 결과, 결론으로 이루어진 논문의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초록을 볼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파악한다.
* 어떤 실험을 했는지 알 수 있나?
* 연구에서 사용된 실험 방법을 다루고 있는가?
* 연구의 결론을 잘 정리해주고 있는가?
위 질문들의 요건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본문이 관심이 없다고 결정되면 '쿨’ 하게 덮어버리고 다른 곳에 보관하라. 그러나 초록을 읽고 관심이 가거나 세부적으로 알고 싶은 것이 있다고 판단되면 깊이 그리고 자세히 알기 위해 논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2. 서론(introduction)에서 이론적 배경을 이해하라.
서론의 목적은 연구의 주제를 소개하고, 실험의 기초를 이루는 이전 연구들에 대한 문헌고찰과 참고문헌을 제공하고, 그 연구들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는 것이다.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은 서론을 건너뛰는 경향이 있다. 서론을 읽는다는 것은 초록을 반복해서 읽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론과 초록은 다르다. 먼저, 서론은 이전 문헌들을 다루지만, 초록은 아니다. 서론 부분에서 언급한 참고문헌들은 연구의 기초 개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문헌들은 연구 주제와 관련된 기본적 이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둘째, 서론에서는 연구의 결과를 간단하게 언급한다. 예상되는 결과에 대한 설명은 논문의 목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결과를 평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서론 부분에 언급된 결과들에 주의를 기울이면 논문의 나머지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수월해진다.
서론을 읽으면 논문은 어렵지 않다. 적어도 자료가 요약된 표와 그림으로 채워져 있는 결과에 도달할 때까지는 그렇다. 그렇다고 결과로 가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질적, 양적 결과들을 보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생각이 든다면 고찰(토론)로 바로 갈 수 있다.
3. 고찰(discussion)에서 논문의 의의(의미)를 파악하라.
'범생이(원칙주의자)’들은 결과를 읽기 전에 고찰을 먼저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가능한 한 빨리 논문의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잊지 마라. 우리가 읽어야 할 논문은 수십 편이다.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고찰은
* 실험 결과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요약하는 부분이다.
* 결과들의 관계와 그 관계의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 결론을 위한 실험적 근거들을 요약하는 부분이다.
* 연구의 의미를 토론하는 부분이며 추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 결과와 결과의 의의를 요약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결과의 중요성에서부터 실험 절차와 방법에 대한 견해까지 모든 결과를 서술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고찰의 특성은 독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고찰을 읽으면 독자들은 결과를 알고 실험이 진행된 이유를 알며 그 실험이 진행된 방식과 절차에 대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면 결론 이끌어 내기 위해 제시된 모든 자료들을 분석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준다.
4. 결과(results) 이해하기
결과는 연구논문이 존재하는 주된 이유이다. 또한, 결과는 가설의 기초를 받쳐주는 기둥이다. 이렇게 중요한 결과들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그리고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결과를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규칙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결과를 읽는 과정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커피는 마시기 전에 내용물이 차있지만, 논문의 결과 읽기는 끝나기 전에는 잔(지식의)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결과를 읽을 때는 결과의 하위 제목들에 주의를 기울인다. 결과 전체를 한번에 파악하려 하지 말고 세부 결과들을 하나씩 정복해가는 것이 좋다. 개별적인 세부결과들이 결국 주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과에 있는 하위 결과들은 전체 결과에 대한 한 줄 진술이라 할 수 있다. 한 줄 진술들이 모여 전체 결과가 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결과(하위 결과)를 읽어라. 만약 결과들이 많다면 각각의 결과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라. 이해할 때까지 다음 결과로 진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결과는 공통된 주제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의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논문의 나머지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프와 그림 파악에 주의를 기울여라. 결과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는 자료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자료로 만들어진 표와 그림 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은 읽고 있는 각각의 하위주제의 그래프와 그림을 차분히 살피는 일이다. 어떤 학술지의 경우, 지면을 절약하기 위해 주 결과를 서술한 후에 여러 쪽에 걸쳐 결과를 제시하기도 하고 그림과 표를 별첨에 추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기술되어 있는 모든 그림과 표를 파악하고 이해하면 전체 결과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렵게 들리지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여러분은 앞서 고찰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다. 그 이후에 결과를 파악하기 때문에 개별 하위 결과들을 이해하고 결과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보다 용이한 것이다. 고찰을 먼저 있는 것이 결과를 먼저 읽을 때보다 자료를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결과를 파악했지만, 만약 이 연구와 관련된 연구를 해볼 생각이 있거나 다시 한 번 재현해보고 싶다면 연구방법을 읽어야 한다.
5. 연구방법(Material and Methods) 읽기
대부분 학술지들이 서론 다음에 연구방법을 제시하지만, 그 순서가 읽기 순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순서에 따라 읽을 필요는 없다. 연구방법은 실험을 실행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사용했던 도구들을 언급하는 부분이다. 여러분이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연구방법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달라진다. 대학원생 수준에서는 연구방법을 주의해서 읽고 이해해야 한다.
지도교수는 지도 학생에게 실험에 사용된 기술을 소개하고 실험을 실행하는데 유용할 실험도구와 재료들에 대한 정보를 준다. 지도교수에게서 혹은 실험실에서 배운 연구방법들은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한 크게 변하지 않는다.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 연구방법은 크게 변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구방법과 절차를 변경하는 것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연구방법을 읽어라. 더군다나 실험 결과를 인정하고 비평하려면 연구절차를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연구방법을 읽지 않으면 결과가 얻어진 상황을 알 수 없다.
실험에서 결과를 이해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 아닌지, 더 나은 방법과 절차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사용한 방법과 도구에 대한 설명이 그 논문의 결과 서술과 일치하는지는 연구방법을 읽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연구 결과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먼저 읽고 이해했기 때문에 연구방법의 타당성과 절차상의 적합성을 파악하는 것은 더 용이하다. 또 연구방법을 평가할 때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6. 요약
이러면 좋아.
* 먼저 초록을 읽어라. 이 논문이 얼마나 나에게 의미가 있는 논문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서론의 참고문헌들에 집중하라.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서론을 읽은 다음에 고찰을 읽어라. 결과를 파악할 수 있고 왜 이 실험이 진행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 추후제언과 연구의 의의를 파악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라. 연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 결과에서는 하위 결과들에 관심을 두어라. 그것들이 결과 그 자체이다.
* 결과는 차례대로 자세히 읽어라.
* 자신이 읽고 있는 하위 결과와 관련이 있는 자료들을 찾아라.
* 연구의 의의를 이해한 다음에 연구방법을 읽어라.
이렇게 하면 좋지 않아.
* 서론을 건너뛰지 마라. 서론은 그 논문에 대한 기초이자 이론적 배경이다.
* 서론을 읽은 다음에 연구방법을 바로 읽지 마라. 결과를 이해한 다음에 연구 방법을 읽는 것이 좋다.
* 고찰을 건성으로 읽지 마라. 천천히 면밀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결과를 이해하기가 더 쉬워진다.
* 만약 그 논문이 당신의 실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논문이라면 연구방법을 꼭 읽어라.
[원문 텍스트 파일]
The Art of Reading a Research Pape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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