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 Research

EBP, 임상추론, 임상의사결정

小作 Sozak iTherapist 2015. 3. 27. 15:08


우린 전문가일까? 전문가라면 그 명분은 치료사의 연차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임상적 경험과 반성적 사고의 사용, 환자 중심 접근법, 동료 집단과의 교류, 협력적 임상추론에 근거를 둘 것이다.[각주:1] 우리가 전문가라면 고객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법에 접근해야 한다. 치료사 개인의 임상 경험도 중요하지만, 학술적 활동을 통해 사고의 틀을 형성하는 지식을 업데이트하고 반성적/비판적으로 그 지식을 구축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전문가 집단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쟁점에 민감해야 하며, 쟁점을 통한 결과 도출에 그 해석에 비판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고객은 물론, 동료와 타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는 임상추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그림 1).


[그림 1. Theory of expert practice]


요즘은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능력에 EBP (evidence-based practice)를 추가한다. EBP의 개념과 의미, 시행 절차는 고객의 문제에 따라 다르지 않다. 고객이 어떤 계통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에 달라지지 않는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고객의 상황과 선호도, 문헌 검색에 사용되는 키워드, 전문가가 가지는 가치와 경험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고려하여 전문가가 최종적으로 내리는 판단이다. EBP의 실체는 최선의 정보를 찾는 행위가 아니다. EBP는 치료사가 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생각 정리의 과정이 바로 EBP이다.


사실 여기서 EBP의 개념과 절차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EBP는 임상추론과 분리하여 설명 또는 실행할 수 없다. EBP, 임상추론, 임상의사결정은 분리가능한 기능적 모듈이라고 생각한다. EBP 능력이 중요해짐에 따라 각계 분야에서 EBP를 강조하지만 통합적 능력을 강조하거나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퍼즐 조각을 던져주고 니들이 알아서 맞추라고 한다.


이글은 이런 난감한 상황을 경험한 치료사의 서툰 시도이다. 임상에서 신경계통 문제를 가진 환자들을 대하는 치료사로서 EBP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행을 위해 어떤 것을 고민하였는가에 대한 기록이라고 해두자. 무언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을 앞두고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가 궁금해진다. 또 실제 어떻게 하고 있나를 보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허접한 글쓰기로 당신을 이해시키는 것을 자전거로 눈 덮힌 산을 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려나.)


EBP의 정의와 구성요소


EBP의 정의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정의는 Sackett 등이 규정한 것으로, 이들은 EBP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EBP란 환자들 개개인과 관련된 어떤 임상적 결정을 내릴 때, 현시점에서 입수 가능한 최선의 근거들을 솔직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다.”[각주:2] 다른 연구자들은 '최선의 연구 근거와 임상적 전문 기술 그리고 환자 각자의 고유한 가치와 상황을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각주:3] 난 사실 이 정의가 더 마음에 든다.


두 정의를 감히 종합해보자면, EBP는 각 전문가의 임상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에서 얻은 최선의 근거와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근거는 결국 환자의 상황이나 임상의 실제 상황, 즉 임상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의적 해석을 토대로 내가 생각하는 EBP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EBP란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이 진행한 체계적이고 논리적 검증 과정을 거친 근거 정보들을 합리적이고 사려 깊게 통합한 다음, 그것을 고객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적용하는 것’이다. EBP를 이루는 구성요소를 나누면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임상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clinical expertise), 연구 근거(research evidence), 환자의 가치와 상황(patient values and circumstances)이 바로 그것이다(그림 2). 이 구성요소는 의사결정 과정 중에 EBP를 수행하는 지침 역할을 한다.


[그림 2. EBP 구성요소]


EBP를 시행하는 과정에는 종합적 능력이 필요하다. 임상적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명확하게 규명한 다음, 여러 상황과 지식을 모두 고려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행위를 결정한다. 치료사는 임상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지식, 최신(어떤 경우에는 최선) 연구 근거,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 그리고 환자가 처한 상황과 치료사가 처한 임상상황을 고려하여, 환자 치료와 관리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임상추론

치료사들은 치료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임상추론(clinical reasoning)]을 사용한다. 특히 가설-연역 추론(hypothetico-deductive reasoning)패턴 인식 추론(pattern recognition reasoning)을 사용한다(그림 3). 환자 중심적 재활 또는 가족 중심적 재활이 중요해진 최근에는 서사적 추론(narrative reasoning)도 사용된다.


[그림 3. 초보자와 전문가의 추론]


가설-연역 추론은 임상에서 확보한 정보와 치료사 자신의 지식 또는 찾은 근거를 기초로 더 심층적인 조사를 진행하여 가설을 검증하는 추론이다. 주로 초보자들이 사용하며 전문가들은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용한다.[각주:4] 이 추론 모형은 임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자료를 토대로 인과관계에 대한 가설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가설을 만들고 검정할 때에는 가설을 만들기 위한 귀납적 추론(특정한 관찰에서 시작하여 일반화로 진행)과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연역적 추론(일반화에서 진행하여-만약-결론-그렇다면-특정한 사례로 연결)을 모두 사용한다. (귀납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은 이전에 게시한 “근거 지식 종류에 관한 글” 참조)


패턴 인식 추론은 주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추론이다. 이 추론에서 전문가들은 구조화된 지식 기반에서 직접적인 정보를 뽑아내는 패턴 인식을 사용한다.[각주:5] 전문가들은 이전에 경험했던 임상 사례에 비추어 새롭게 접한 사례들을 구분할 때 이 추론을 사용한다. 즉 증상, 징후, 치료 선택 사항, 결과, 맥락 등을 유사한 것에 따라 범주화한다. 이때는 연역적 추론을 사용하며 속도와 효율성 면에서 이점이 있는 추론이다. 추론 과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험과 지식이 충분하지 못하면 오류를 범할 위험이 크다.


개인의 특성만으로 이해될 수 없으며 해결도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질병을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같은 생심리사회학적(biopsycosocial model) 모형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추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는 추론은 서사적 추론이 대표적이다. 임상적 상황을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 환자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서사적으로 기록하며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추론이다. 현상학적인 패러다임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질병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스토리텔링을 하다 보면 회복과 복귀에 필요한 사항을 관련 치료사뿐 아니라 환자 본인도 깨닫게 된다.


EBP와 임상의사결정

임상 현장에서 실제 상황 시에 진행되는 임상추론 과정은 매우 고차원적인 사고과정이자 실행과정이다.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아주 고차원적인 인지 과정과 순발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며, 그에 수반되는 여러 기술이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상 실기를 기술(art)이라고 한다면, 임상 연구는 과학(science)이다. 분명 다르지만, 기술을 과학에서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또 과학은 분명 그 기술을 지지하고 강화하기도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절차가 바로 EBP이다. 그래서 근거 중심적 의사결정(evidence-based decision making)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EBP는 관련 임상 질문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질문이 환자의 진단, 예후, 중재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을 이끈다. 질문은 환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 병의 원인, 임상 지침의 타당성, 환자 안전, 효율성 등도 그 대상이 된다. 그래서 EBP의 기초는 질문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데는 PICO 절차를 사용한다: Patients, Intervention, Comparison, Outcome.


질문은 환자 치료에 관한 근거를 찾는 지침이 된다. PICO 절차에 의해 만들어진 질문이 바로 근거를 찾기 위한 핵심어(key words)가 된다. 치료사는 질문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문헌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검색된 논문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찾은 연구 논문의 상황과 자신이 처한 임상 상황을 견주어 현재 상황에 적용이 가능한가를 판단해야 한다.


임상의사결정(clinical decison making)은 특정한 임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나 조치, 절차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연구는 어떤 현상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질문을 다룬다. 임상의사결정 과정의 결론은 해결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연구는 결과가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임상의사결정은 그 결과를 동료나 환자와 공유할 수 있으며 특정한 임상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지 그를 넘어 전반적인 임상 문제를 이해를 위한 것은 아니다. 반면 연구의 목적은 임상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치료와 평가의 이론적 기초를 강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연구가 임상 실기에 관한 이론적 기초 형성과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임상의사결정과 연구는 상호 독립적이다. 또한, 임상의사결정과 연구는 상호 의존적이기도 하다. 연구에서 검정하는 질문은 임상 실기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임상에서 생겨난 질문이 곧 연구 질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연구와 실기는 임상과학에서 절대 분리할 수 없는 요소이다. 합리적인 EBP를 위해서 치료사는 연구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연구에서 제공하는 근거를 자신의 임상추론 과정에 통합할 줄 알아야 한다.


급 마무리; EBP가 모든 것을 다 말해주진 않는다.

일선에 있는 치료사로서 EBP에 관한 내 생각을 솔직히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EBP, 무시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쫄 필요도 없다"이다. 앞서 EBP란 임상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었다. 즉 EBP는 임상의사결정 과정의 일부이다. 임상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정보는 여러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어떤 검사를 해야 할까? 어떤 중재를 적용해야 할까? 어떤 치료를 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이런 유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근거를 찾아야 할 때 과학적 근거들을 기초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그런 근거들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 적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단언하건대 아무리 근거의 질이 높은 연구 논문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치료하라고 말을 해주는 논문은 없다. 연구의 목적이 어떻게 치료하라는 지침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근거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적어도 내 생각으로는-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렇게 얻은 근거에서 알게 된 것을 어떻게 적절하게 치료사와 환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통합할 수 있는가이다. 결국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는 다시 치료사인 우리들의 몫으로 남는다.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을 급 요약하자면...

  • • EBP의 구성 요소 3가지는 근거,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 환자의 가치와 상황이다.
  • • 근거가 중요하지만 전문가의 경험과 환자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 • 결국 EBP는 Evidence-based decision making이라고 할 수 있다.
  • • 초보자는 가설-연역 추론을 사용하고 전문가는 패턴 인식 추론(pattern recognition reasoning)을 사용한다.
  • • 추론 과정 이후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 • 어떤 추론을 사용하더라도 환자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1. [1]: Resnik L, Jensen GM. Using clinical outcomes to explore the theory of expert practice in physical therapy. Phys Ther. 2003 December;83:1090–1106. [본문으로]
  2. [2]: Sackett DL, Rosenberg WM, Gray JA, Haynes RB, Richardson WS. Evidence based medicine: what it is and what it isn't. BMJ: British Medical Journal. 1996;312:71. [본문으로]
  3. [3]: Straus SE, Richardson WS, Glasziou P, Haynes RB. Evidence-based Medicine: How to Practice and Teach EBM. 3rd ed. Edinburgh: Churchill Livingstone; 2005. [본문으로]
  4. [4]: Elstein AS, Shulman LS, Sprafka SA. Medical Problem Solving A Ten-Year Retrospective. Evaluation & the Health Professions. 1990;13:5–36. [본문으로]
  5. [5]: Barrows HS, Feltovich PJ. The clinical reasoning process. Medical Education. 1987;21:86–9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