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 Research

임상의사결정 시 사용하는 근거 지식의 종류

iTherapist 2014. 10. 17. 10:44


[알림][각주:1] 


자! 그럼 우리의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 지식과 우리가 속해있는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은 어디서 왔는지를 한번 생각해보자. 대부분 치료사들이 이런 생각들을 해본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내 사고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대부분 근거의 근원을 알고 나면 사실 우리 자신이 너무 놀랄지도 모르겠다. 치료사들이 임상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임상 관찰, 동료 치료사의 의견, 고객으로부터의 정보를 신뢰한다[1]. 우리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듯이 지식과 정보에 관한 우리의 주요 정보원은 바로 우리 동료이다[2]. 심지어 치료사들은 뇌졸중환자 치료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동료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3].

이 발표에서 발표자가 가장 강조를 많이 하고 싶은 것은 바로 "EBP는 임상의사결정(clinical decision making)의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환자의 실제 상황 또는 임상의 실제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EBP와 임상의사결정을 결합하여 근거기반 의사결정(evidence-based decision making)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문제 해결 또는 결과를 위해서는 관련된 근거들을 모두 수집하여 그를 토대로 실행 계획을 세우는 절차가 필요하다. 우리가 임상 현장에서 지식을 취하는 방법은 전통, 권위, 시행착오, 논리적 추론, 과학적 방법에 따른 방법이 있다[4] (그림 1).


[그림 1. 근거지식의 종류]

전통(tradition)에 의한 지식

우린 특정 문화권에서 살고 있다. 하나의 문화권은 많은 신념과 지식, 가치 체계를 공유한다. 어떤 것은 단지 그 문화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자동으로 생각되는 것들도 있다. 어떤 검증 없이 그 지식을 전해 받고 전하며 그 전통을 이어 나간다. 사실 물리치료가 포함된 의료계통만큼 전통에 깊게 발을 담그고 있는 분야도 드물다. 실기(art)와 과학(science)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일수록 이런 고민이 크리라 생각된다. 임상 실기나 교육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떠올라 보라. 많은 절차와 지식이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오는 지식에 기초하고 있다. 단지,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전통에 의한 지식은 그 집단 내에서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을 촉진한다는 의미에서는 유용한 지식이다. 어떤 지식을 다시 이해시키고 설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지식의 타당도를 고려하자면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가진 지식이다. 왜냐하면, 전통에 의한 지식은 그 타당도를 평가받지 않았으며 더 나은 방법과 그 효과와 유용성이 비교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상적 의사 결정을 위해 전통에 근거한 지식을 사용한다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게 되며 심지어 그를 뒤집는 근거가 있음에도 전통을 답습할 위험이 있다. 


권위(authority)에 의한 지식

우린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권위자의 의견을 얻으려 한다. 몸이 아플 때 그 분야의 전문의를 찾고 그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하는 것은 우리가 잘 모르는 상황에 부닥쳐있기 때문이다. 지식이 빠르게 증가하고 발전하고 있는 최근에는 지식은 더욱 세분되고 전문화된다. 그래서 그 분야에서 특별한 훈련을 받았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의뢰하고 의존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권위자들은 그 분야에서 성공했거나 잘 알려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비판 없이 쉽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근거를 요구하거나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이론적 근거가 불명확하더라도 전문가의 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치료사가 직접 손으로 환자의 몸을 움직이거나 힘을 가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던, 지금도 많이 사용되는 특정 치료기술에서 권위자의 권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권위자로 인정한 사람이 말하는 정보와 지식은 거의 의심 없이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임상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때 치료사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지식의 원천 중 하나가 바로 권위에 의한 지식이다. 심지어는 합리적 의심이나 비판적 사고는 그 권위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시행착오(trial and error)에 의한 지식

시행착오에 의한 지식 수집 방법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보나 근거를 수집하는 방법 중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문제에 직면하면 어떤 해결책을 생각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시도하며 그 효과를 검증한다. 그 시도는 실질적 효과나 만족스러운 효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이런 유형의 지식 수집 방법은 개인적인 삶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사용된다. 다른 방법이 없을 때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방법이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가 바로 발견되면 좋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감수해야 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물리치료 분야에서는 치료의 효과를 확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한번 해본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험성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또 다른 단점으로는 시간이 많이 소모되고 매우 제한적이다는 점이다. 어떤 시도가 성공했다 해도 그 성공을 다른 사람과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는 없다.

물리치료 임상에서도 이 시행착오에 의한 지식 수집은 매우 흔하게 사용될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도 있다. 임상 연차가 많은 치료사의 존경할 만한 경험과 숙련은 대부분 이런 유의 방법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또는 '내 경험으로는…'이란 말에 이어지는 이 지식은 사실이기도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특수한 사실이다. 몇 번의 성공을 거치면 확고한 신념으로 굳혀질 위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시행착오 끝에 얻는 지식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규칙으로 강요한다는 점이며 후배들은 그것을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답습한다는 데 있다. 


논리적 추론(logical reasoning)에 의한 지식

임상에서 치료사들이 겪는 문제들이 논리적 추론 과정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매우 많다. 논리적 추론은 개인 사고체계와 경험에 축적되어 있거나 새롭게 얻은 지식을 결합하여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고 방법이다. 현상을 이해하고 지식을 조직화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이 추론은 연역적 방법과 귀납적 방법이 있다(그림 2). 

[그림 2. 논리적 추론-귀납적추론과 연역적 추론]


연역적 추론(deductive reasoning)

연역적 추론은 일반적 명제나 전제에서 특정 사례를 끌어낼 수 있는 추론들로 구성된다. 흔히 3단 논법으로도 알려진 이 추론은 대전제, 소전제, 결론으로 구성된다. 연역적 추론은 전제가 사실이면 결론은 반드시 사실이 된다. 과학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과학적 원리나 일반적 사실로 시작하여 특정 질문에 관련된 결론이나 주장을 연역 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연구자는 관찰한 사실을 근거로 그 결론을 확증하거나 수정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많은 연구자 덕분에 일반적 전제들을 검색하고 참고할 수 있는 요즘은 물리치료 임상에서 이러한 연역적 추론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뇌졸중 환자의 보행능력 개선에 관심 있는 치료사는 다음과 같은 연역적 추론을 할 수 있다.

  • 대전제: 근력이 약하면 보행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 소전제: 근력강화 훈련은 근력을 증가시킨다.
  • 결론: 따라서 근력강화 훈련을 하면 보행 수행 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

연역적 추론은 전제가 사실이라는 것에 의존한다. 많은 경우 연역적 추론을 끌어내기 위한 전제들이 틀릴 수도 있으며 사실에 기초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 추론에 의한 결론의 타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연역적 추론이 전제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과거에 이미 존재하던 지식에 기초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귀납적 추론(inductive reasoning)

연역적 추론과 달리 특정한 관찰에서 일반화를 이끄는 추론이 바로 귀납적 추론이다. 경험적 관찰을 시작으로 하여 일관된 지식을 끌어내는 추론이다. 사실 과학의 발달은 귀납적 추론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귀납적 추론은 새로운 사실을 얻기에 매우 유용한 추론이다.

앞의 뇌졸중 환자의 보행능력의 예를 이어보자. 우리는 근력이 좋은 환자들은 보행 능력이 좋지만, 근력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그러지 않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또는 근력 훈련을 한 환자들은 보행능력이 좋아졌지만, 근력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보행능력의 좋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관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귀납적 추론을 통해 근력훈련이 보행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연역적 추론에 의한 결론의 질은 대전제가 사실이냐는 것에 달렸지만 귀납적 추론에 의한 결론의 질은 관찰된 각각의 사례에 달려 있다. 그래서 확실한 귀납적 결론이 되려면 모든 특수화된 사실을 관찰하고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귀납적 추론은 사례가 적거나 제한적일 때 그 타당성이 보장된다. 근력훈련이 보행능력을 증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모든 환자군에 적용이 가능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보행능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근력 말고 다른 요인에 문제가 있는 환자군은 그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전정기능이 저하된 일반 노인들의 경우처럼.

두 추론의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과학적 연구와 임상의사결정과정에서는 두 추론을 모두 사용한다. 보통 연구 논문의 서론에서는 연역적 추론을 사용하고 고찰이나 결론 도출 과정에서는 귀납적 추론을 사용한다. 그래서 모든 연구는 완전하지 않은 귀납적 추론 때문에 타당하지 않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연구 논문에 의한 정보를 해석할 때는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에 의한 지식

새로운 지식을 얻고, 어떤 현상을 체계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절차가 바로 과학적 방법이다. 이 방법은 두 가지 가정에 기초한다. 하나는 어떤 현상의 특성이 순서가 있고 규칙적이며 지속적이고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그림 3). 다른 가정은 어떤 사건이 우연하고 무작위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어떤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우리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임상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방법의 특징은 가설이 되는 명제를 체계적이고, 경험적이며, 통제된 방식으로, 비판적으로 검증한다는 점이다.[각주:2] 문제를 규명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결과를 해석하려는 논리적 사고 과정이다. 

과학적 방법은 새로운 지식을 얻고 가설을 검증하려는 방법 중 가장 수준 높은 방법이긴 하지만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특히 인간의 복잡한 행동이나 복잡한 사회와 환경에서의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순수 연구분야처럼 철저하게 통제된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연구가 아닌 이런 연구들과 실제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은 얼마간의 불확실성을 항상 동반한다.


[그림 3. 과학적 사고와 이론 현성 과정]


References

[1] McGlynn M, Cott CA. Weighing the evidence: clinical decision making in neurological physical therapy. Physiother Can. 2007;59:241–252.

[2] Jette DU, Bacon K, Batty C, Carlson M, Ferland A, Hemingway RD, Hill JC, Ogilvie L, Volk D. Evidence-based practice: beliefs, attitudes, knowledge, and behaviors of physical therapists. Phys Ther. 2003 September;83:786–805.

[3] Stevenson TJ, Barclay-Goddard R, Ripat J. Influences on treatment choices in stroke rehabilitation: survey of Canadian physical therapists. Physiother Can. 2005;57:135–144.

[4] Portney L & Watkins M. Foundations of clinical research; applications to practice, 3rd ed. Prentice hall, 2008.


[각주]

  1. 1. 이글은 신경계재활에서의 근거중심치료(EBP)라는 주제로 학회에서 발표할 때 사용했던 유인물을 정리하여 게시한 글입니다. [본문으로]
  2. 2. 여기서 '체계적이다'는 말은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적인 순서로 사고를 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경험적이다'는 특성은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것과 실재 현상에 기초한다는 의미이다. '통제된 방식'이라는 특성은 관심 있는 변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변인, 즉 다른 인자들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판적으로'이라는 특성은 동료 연구자나 동료의 비판적 검증을 통해 과정과 절차를 검증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