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 Research/ICF

그놈의 ICF 우려먹기

iTherapist 2026. 6. 8. 15:56

부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손상, Causal Impairments를 정당화하기 위해 ICF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또 ICF 이야기냐,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너에 대한 이야기.

이 게시물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이야기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정확히는 과거의 나에게—아니 과거라고 쓰니 먼 예전의 이야기처럼 혹은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는 분위기를 풍기네. 그렇다면—아니 몰아내려 했으나, 유치권을 주장하며 여전히 내 추론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내 안의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이 게시물을 읽는 누군가는 긁힐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님을 말하며 미리 실드를 쳐둔다. 그것까지 내가 방지할 수는 없다. 나한테 하는 말인가,라고 느꼈다면 그것은 그대와 내가 일련의 같은 사고틀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의 방증이겠다.

이 게시물은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자체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다. ICF를 자신의 치료 절차나 철학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빨대를 꽂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글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보든 어느 문헌이든 빨대를 꽂을 수 있다. 빨대 꼽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빨대를 다른 사람에게 교육하거나 강요하는 데서 생긴다. 자신이 보여준, 설명해 준 그 무리한 빨대 꼽기로 인해 ICF를 잘못 이해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치료에서 제한된 추론이 야기될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문제다. 그 점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ICF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모형이다

ICF는 장애disability, 기능수행functioning, 건강health에 관한 개념적 모형이다. 이 세 가지 영역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과 그 요인들의 상호관계를 밝히는 개념틀이다. 이전의 모형들과는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일차원적이고 선형적으로 보여주었던 과거 선배 모형들과 달리 ICF는 다차원적이고 다이나믹한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각 장애 모형들의 개념을 도식화한 그림만 보더라도 이런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ICF 이전 선배 모형들이다. 이른바 ICIDH 모형이라고 부르던 모형이다. ICF의 조상이다.

ICIDH Model


다른 장애 모형들도 있다. 많이 거론되는 Saad Nagi가 제안한 이른바 나기Nagi 모형이다. 물리치료분야에서는 주로 Nagi 모형을 도입하여 치료 절차를 개념화했고, 교육했고, 치료했다. 지금도.

Nagi Model

 

모두 익히 알고 있는 그리고 익숙한 ICF 모형의 도식이다.

ICF Model

 

ICF 모형의 개념, 각 영역과 구성요소의 정의와 개념, ICF의 쓸모, 적용절차는 일단 제쳐두자. 앞에서 말했듯이 그건 이 게시물의 목적이 아니다. 여기서는 도식에서 화살표와 화살표의 방향에만 집중하자.

 

그 화살표가 가장 중요하며 그게 전부다. 이 화살표의 의미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이 화살표의 의미를 알리고자 하는 것이 ICF의 개발 목적이기도 하다.

 

다시 ICF 선배 모형들의 도식을 보자. 그리고 그 화살표를 보자.

 

WHO가 ICF 모형을 통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명하다. 건강, 장애, 기능 수행을 제발 다차원적으로 보자 그렇게 선형적이고 단순하지 않다, 천편일률인 관점으로 보지 말자,고 하는 것이다. 보건, 건강 분야 종사자들의 관점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화살표는 이미 내 머리 속을 잠식하고 있다

아직 나하고 크게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애 모형과 그 화살표의 방향은 당신의 추론에 이미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당신이 장애 모형을 알든 모르든 간에 그의 영향은 당신의 판단과 추론과정에 강력히 작용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주장에 대해 당신 속의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치료를 하려면, 운동을 계획하려면 원인이 되는 손상—이른 바 causal impairments를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신체 기능 및 구조의 문제점을 파악해야 치료나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체 기능과 구조의 문제점을 찾는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 가설적 추론과정을 먼저 하지 않으면 치료가 아니다, 또는 제대로 된 운동 프로그램이 아니다.

 

또는, 이 사람이 무릎을 다쳐서 수술을 했어. 3개월간 고정을 했대. 그 부위의 신체 구조 및 기능들에 문제가 생겼어. 그래서 기능적 활동에 제한이 생겼어. 그러다 보니 아직 직업 복귀, 필드 복귀가 지금은 어려워. 그러니 그 손상들을 빨리 해결해주어야 해. 그래야 복귀를 하지.

 

이런 식의 사고 과정(흐름)은 어때? 자동으로 반응하는 시스템 1의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혹시 그대의 시스템1이, 맞아 그 말이 맞지! 또는 그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던가? 그게 모두 ICF 이전의 선배 모형들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ICF 모형을 언급하는 것이 손해다

Causal impairments (CI) 개념은, 다른 접근법은 잘 모르겠고, PNF 추론의 핵심적 개념이다. PNF만 아니까 PNFer로서 PNF 영역으로 좁혀 이야기할 거다. 하지만 용어만 다를 뿐이지 다른 치료 및 재활 운동 접근법도 유사한 방식일 거라 생각한다.

 

CI는 원인이 될만한 혹은 문제를 야기하는 손상이라는 의미다. 무엇에 관한 원인일까, 어떤 문제를 야기한다는 의미일까? 바로 기능적 움직임/활동 제한(Activity Limitation, AL)의 문제다. 나아가 이 가설적 손상은 치료의 대상, 목표로 설정된다. 즉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추정되는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제거 또는 개선하는 거다. 그러면 기능적 움직임이나 활동 제한이 해소 또는 개선된다는 전제에서 이뤄지는 추론이다.

 

그럴 수 있다. CI가 있고, 우린 그것을 찾고, 찾은 CI를 개선하면 AL이 감소 또는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또 그런 경우에는 꽤 유용한 추론이고 절차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임상 절차와 사고방식 익숙하기까지 하다. 어떤 이에게는 유일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추론을 설명하고 이런 추론의 실행적 모듈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데에는 ICIDH 모형이나 Nagi 모형으로도 충분하다. 당연하게도 이 모형들에 기반하여 CI 개념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맥락에서 ICF를 언급하는 것은 손해다.

 

WHO에서 발표하고, 건강, 의료, 보건 분야의 단체에서 채택하고, 교과서나 문헌에 실리고, 논문에서 언급하고 그러하니 언급은 해야겠고, 우리도 뭔가 새로운 사고틀에 기반한 추론을 한다, 또는 치료를 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 그런데 그런 마음에서 ICF를 가져다가 사용하는 것이라면 안 쓰는 것이 좋다. ICF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그대(들)에게는 독이 된다.

 

특히 CI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그런 추론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추론에 기반하여 치료하는 절차를 강조하기 위해 ICF 개념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은 그대(들)의 주장과 그대들이 전달하려고 하는 개념과 방법, 절차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격이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향해 똥볼을 차는 거다.

 

즉 이런 거다. 우리는 ICF 개념에 기반하여 치료를 해요, 그런데 사실은 ICIDH 모형을 그대로 써요—물론 이 말은 숨기겠지만—를 대놓고 말하는 거다. 왜냐고?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ICF는 ICIDH모형이나 Nagi모형이 제안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관점을 버리자고, 추론을 하지 말자고 제안된 모형이기 때문이다.

 

신체 기능 손상이 → 활동 제한을 일으키고 → 그것 때문에 실제 삶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그 손상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추론. 이런 방식의 추론은 잘못된 것이니 관점을 바꾸자는 것이 ICF의 주장인데, 그걸 그대로 하면서 우린 ICF를 써요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나는 그냥 ICF 모형의 일부만 쓰는 건데요?

그래 그럴 수 있다. 맞다. 솔직한 주장이다. CI를 찾는 방식의 추론을 하고 그 손상을 찾아서 해결하는 식으로 치료하는 것, ICF 개념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위 그림에서 빨간색 화살표 부분의 추론만 사용한다는 말이다. 맞다. 부분만 사용했어도 여전히 ICF 모형에서 설명하는 개념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어차피 ‘움직임’이라는 단어 또는 개념을 자신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전문가라면 저 부분이 자신의 전문 분야이기도 하니까, 부분적이긴 하지만 저 화살표와 방향이 의미하는 추론을 해야만 한다. 이 부분에서도 앞에서 지적한 내용은 여전히 적용된다.

 

즉 저 부분만 이용해서 추론할 것이면 왜 굳이 ICF를 사용하냐라는 지적말이다.

 

저런 일방향적 추론과 그에 따른 해결 절차와 관련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즉 다른 방향의 치료와 가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바로 이 부분의 문제 때문에 CI 개념을 사랑하는 그대가 ICF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 것이다. 차를 사서 기차 철로에서만 타는 격이다.

ICF 모형에 기반한 추론은 자유롭다

앞에서 나는 ICF 모형과 그 개념의 핵심은 화살표라고 말했다. ICF 조상 모형들에 기반하여하는 CI 관점의 추론과 ICF 모형에 기반한 추론의 차이를, 나는 아래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다.

 

움직임과 관련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때, ICF 모형에 기반한 추론은 자유롭다. 어떤 사람이 질병, 상해 등에 의해 자신의 실제 삶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활동이나 참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신체구조와 신체구조의 생리적 기능의 문제뿐 아니라, 그 사람 삶의 맥락과 관련된 문제 즉 환경과 개인적 요인이 주는 영향까지, 심지어 질병과 상해로 인해 발생한 활동 제한과 참여 제약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또 그것이 그 사람의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영향이 발생하며 각 요소들에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친다.

ICF 모형에 기반한 한다면 문제 해결의 방향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 복잡한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일방향적 추론으로 생각하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CI 기반의 추론은 모든 것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신체 구조 및 신체 기능의 문제 하나로 지목한다는 것이외에도, 중재 방법 선택과 실행 면에서도 추론과 실행 절차를 한 방향으로 고정시키고 그런 식의 치료 행위를 강요하게 만든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특정 부위의 근력 약화가 CI로 지목되었다면 그 부분에 대한 근력 강화를 한다. 특정 관절의 능동 또는 수동 ROM이 제한된 것이 범인으로 지목되면 그 관절의 가동범위를 증가하는 식이다. 다른 방향의 중재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경우에, CI를 찾지 않아도 움직임 문제, 활동 제한 문제, 참여 제약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CI 식 추론에 기반하여 신체 구조및 기능의 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중재나 치료를 하지 않고 활동 그 자체, 참여 그 자체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기능수행functioning이 향상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그대가, 나는 과제지향적 접근을 해요, 나는 활동과 참여에 중점을 두고 치료나 운동을 진행합니다, 나는 고객 중심적으로 고객이 어려워하는 활동이나 참여를 치료 목표로 설정합니다라고 말한다면 그대는 ICF 모형 안에서 자유로움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하지만 그대의 ‘사맛디 아니한’ 추론 방식과 장애•건강 모형 때문에 그대는 드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한다. 앞에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진만 한다.

 

움직임이 키워드인 현장 전문가들이 대하는 고객들의 문제는 Activities와 Participation영역의 문제들이다. 따라서 그대가 움직임을 키워드로 삼는 사람이라면 그대의 지상목표는 A&P를 향상하는 것이어야 한다. ICF 모형 안에서 다른 구성요소들은 이 지상 목표를 개선하거나 가능케 하는 절차에 이용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못하는 활동을 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P를 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막, 나도 그걸 위해서 CI를 찾고 해결하려고 하는 것인데요,라고 말하려고 했지? 하지만 그것은 손상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는 거잖아. 손상이 해결될 때까지 A와 P는 뒤로 미뤄두잖아. 내 말은 처음부터 A와 P를 시도하라는 거다. CI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PNFER 관리자나 선배, 강사는…

다시 말하지만 다른 접근법은 내가 잘 모르기도 하니 언급을 자제하고 PNFer인 관리자, 선배, 강사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은 다른 치료나 운동 접근법들도 도찐개찐이라고 생각한다.

 

CI와 ICF 자체를 동시에 언급하지 말아라. 하나만 선택해라. 둘 다 언급하고 싶다면, 해야만 한다면 ICF 개념을 더 강조해라. 화살표의 방향의 의미를 꼭 이야기해 줘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추론의 자유로움과 다차원적 추론에 기반한 다차원적 중재를 허하라.

 

PNFer가 관리자인 치료실의 분위기를 나는 잘 안다. 해봤으니까. 그리고 여러 병원의 분위기와 교육 내용을 보고 들어서 잘 알고 있다. CI를 말하지 못하면 치료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 과제지향적 접근을 강조해서 활동과 참여 위주로 중재를 해도 CI를 말하지 못하면 치료를 잘못하고 있다고,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

 

그때는 내가 위력에 압도당해서 말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개새(욕 아니다, 개도 아니고 새도 아니다는 의미다)지 않은가? 정말 개새다. CI, ICF, Task/Patient/Person/Family-oriented 또는 centered 관점 등 온갖 좋다고 하는 것들을 다 가져다가 붙여 놓은 거다. 그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제한하는지도 지각 못한 채.

ICF를 언급했다면 자유로운 추론을 허하라.

ICF를 언급했다면, ICF 모형을 치료나 문제 해결의 개념틀로 사용하라고 말했다면 또 사용하기를 강조했다면 자유로운 추론을 허하라. 그리고 다차원적 문제 파악과 해결 방식을 허하라. 지금은 관리자나 선배, 강사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허하라는 의미다.

ICF의 개념에 동의했는가, 그에 기반하여 실무를 하려고 하는가? 그럼 그대 자신에게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의 자유로움을 허하라. 진리는 그대를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케 하는 것이니. (야야야, 너무 멀리 나갔다. 선 넘지 말고.)

 

ICF 모형에 근거한 재활에서는 걷기가 어려운 사람은 걷기 활동과 훈련을 바로 해도 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굳이 CI 찾는다고 부분적이고 국소적인 평가하고 하는 짓부터 하지 말고 그냥 활동과 참여 수준부터 시도해야 한다. 이 말은 손상을 신경 쓰지 말고 활동만 강조하라는 것이 아니다. 파악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많은 경우 이것은 합리적이고 적합한 때로는 적확한 치료나 운동이다.

 

우리가 원인이 되는 손상을 찾아서 손상위주의 중재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활동에 도움이 되니까, 활동 제한을 감소시킬 수 있으니까 하는 것 아닌가? 활동 그 자체를 하게 뜸하면 그 활동에 필요한, 그 활동에 동원되는 신체 구조 및 신체 기능이 ‘특이적’으로 훈련되지 않을까? 이런 추론이 어색해? 손상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주객이 바뀌었으니 이제 제자리로 전도하자는 말이다.

DISABLEMENT → ENABLEMENT로

모형의 선택은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 또 모형을 선택했으면 생각과 관점, 행위를 바꾸어야 한다. ICF모형을 치료와 재활의 개념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ICF를 아냐/모르냐의 문제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동반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 즉 장애와 재활의 관점을 Disablement 모형에서 → Enablement 모형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개인적 주장입니다. ICF모형과 E모형이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Callahan J, Parlman K, Beninato M, Townsend E. Perspective: impact of the IIISTEP conference on clinical practice. J Neurol Phys Ther. 2006 Sep;30(3):157-66.

 

두 모형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주제와 관련된 내용만 언급하자. D모형은 문제중심, 그리고 재활 및 의학적 관점이다. 반면 E모형은 가능성 중심, 사회적 관점이다.

 

D모형은 문제를 고치면 삶이 좋아질 것이다라고 보는 반면, E모형은 원하는 삶을 기준으로 필요한 기능과 자원을 조직화하자는 의미다.

 

Disablement 모형은 전형적인 재활 또는 의학적 관점이다. 뇌경색 발생 → 근육약화, 협응 저하, 감각 문제 발생 → 걷기 어려움, 계단, 옷 입기 어려움 → 직장 복귀, 삶의 역할 제한됨.

따라서 근력, ROM, 균형 개선 → 기능적 움직임 개선 → 장애 감소, 이런 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른바 Bottom up 접근 방식이다.

 

Enablement 모형은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사회적 역할 → 역할 수행에 필요한 기술 또는 활동 → 자원 이용. (여기서 자원이란 근력, 균형, 감각, 가동 범위 등의 신체구조 및 기능 측면을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E모형에서는 손상impairments를 결핍이 아니라 사용가능한 자원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즉 무엇이 결핍되어 있고 부족한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활용할 수 있는가로 보는 것이다. 이른바 Top-down 접근 방식이다.

 

그래야 세포/조직 수준의 회복도 과제 특이적으로, 기능적이고 맥락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관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E모형은 그 사람의 삶에서 필요한 역할을 파악하고 그 역할에 필요한 기술을 파악한 다음 그 기술을 가능케 하는 자원을 파악하여 그것이 가능하게끔 해주자는 개념이다.

나가며…

이 주제와 관련하여 PNFer로서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강사들의 모임인 IPNFA의 홈페이지에서조차 강의코스 목표에 ‘ICIDH/ICF 모형에 입각한 사정을 하고 그에 따른 정보 분석 과정을 교육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것이라고 봐야 할지 개념의 충돌을 지각하지 못한 상태로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지만 어떤 모형, 개념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때로는 완전히 뒤집어엎는 식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ICF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추론을 여전히 병리적으로, 의학적으로, 손상 찾기 위주로 하고, 중재나 치료도 병리적으로, 손상 위주의 치료만을 하고 있다면 ICF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면 ICF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바라보지 말자는 이야기이니까요.

 

ICF 모형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의학계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교육, 인류 전반에 걸친 인식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우리가 속한 학계, 협회 등이 이 모형을 개념틀로 한다고 발표를 했으니까요.

 

다만 받아들였다면 바꾸어야 합니다. ICF 모형을 그저 지식과 정보 측면으로 생각하니까 자꾸 개새가 되는 것입니다. 관점과 패러다임의 변화, 그에 이은 행동과 실행의 변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쿠기 이야기

ICF를 평가도구나, 의무기록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은 거 같아요. 이와 관련된 웃픈 쿠기 이야기가 있습니다.

 

약 15년 전쯤, 오래 전인지도, 국시원에서 주최하는 물리치료 국가고시 문제 출제와 관련된 워크숍에 ‘강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국시원은 현장/실무 중심 문제가 국가고시에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응하여 나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워크숍에는 교수님들과 현장 전문가들이 같이 모였었습니다.

 

참석 전에 사전에 문제 몇 개를 만들어 오라고 해서 저는 ICF와 관련된 문제를 포함하여 몇 개 만들어 갔죠. 워크숍은 자신들이 만든 문제를 앞에 나가서 발표하고 토론하는-지적질하는-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제가 속한 조에서는 아무도 준비를 안 해와서 결국 제가 ICF 관련 문제를 가지고 나가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의 출제 의도를 비롯하여 문제의 문항에 대한 설명까지 하는 그런 자리였어요. 제가 ICF에 관한 문제를 발표하자, 한 교수님이 이렇게 코멘트를 했습니다.

“우린 SOAP을 이미 가르치고 있고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ICF를 받아들여서 가르치고 문제를 내야 해요?”

 

최근 몇 년 동안 저는 다양한 자리에서 되려 이런 말을 더 많이 듣습니다.

“이제 SOAP이 아니라 ICF를 사용하는 평가하는 시대다.”

 

두 말 모두 참 웃픈 이야기죠. SOAP도 ICF도 모두 평가 도구가 아닙니다. ICF는 장애•기능•건강에 대한 분류이자 개념 모형이고, SOAP은… 음… 음… 비누죠. (이 드립, 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음) =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