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 fysiotherapist

복잡계 관점으로 이해하는 움직임과 통증 - 책 번역에 관한 변

iTherapist 2020. 6. 29. 15:07

부제: 또 하나의 #변💩을 만든 것에 대한 변

[복잡계 관점으로 이해하는 움직임과 통증. 토드 하그로브 저, 이문규, 조현정, 최호석 역, 학지사 메디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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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닙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책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우리말을 수준 있게 구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책을 번역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행을 옮긴 이유는...

뻔한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이 책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Playing with Movement 입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정해둔 가제도 ‘움직임아, 놀자!’였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움직임’에 관한 책입니다. 움직임이라는 단어가 현장 업무와 전공 공부, 연구에서 핵심 단어가 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또 움직임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들 움직임의 본질뿐 아니라 움직임이라는 단어에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움직임에 대해 잘 모릅니다.

움직임을 규정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 점을 트집 잡아서 움직임을 강조하자는 주장을, 움직임은 복잡계의 특성이 있으니 환원주의적이고 인과론적 추론으로만 접근해서 움직임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규정하고 정의하기 어렵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과 사랑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이죠. 규정하기 매우 어렵지만, 우리가 그 개념을 체득하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하고, 못 느끼는 것은 아니죠.

이 책은 움직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한글 제목이 ‘복잡계 관점’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서 뭔가 복잡한 이론을 담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만, 그건 선입견입니다. (이런 선입견을 우려하여 ‘움직임아, 놀자’라는 가제를 생각했었습니다). 이 책은 어려운 이론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당장 현장에 써먹을 수 있는 정도로 어떠한 운동 테크닉이나 치료 테크닉을 설명하는 책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보다 포괄적이고 상식적인 운동조절의 이론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매우 실용적인 책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신체, 치료, 재활, 운동,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분야에서 일한 지 20년이 되어갑니다. 20년의 경험 속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어떤 치료 테크닉, 접근법, 컨셉도 상식의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구나’라는 경험입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 목차를 읽었을 때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저자 토드 하그로브의 키워드와 제 머릿속에 자리를 차지한 키워드들이 상당 부분 같다는 점 때문이었죠. 이건 잘난 체가 아니고, 저를 은근히 유명한 사람의 수준으로 맞추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도 아닙니다. 사실 움직임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은 누구나 이 책의 목차를 보고 흥분을 할 겁니다.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자신이 깨달은 것, 공부한 것, 느낀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글쓰기 작업의 추진 동기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같이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과 생각, 관점이 비슷한 책을 만났을 때 매우 몰입하고 흥분하고 즐거워합니다. 저희가 책을 번역한 근본적 이유는 바로 이점입니다. 우리가 책을 쓰지는 못했지만, 번역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 우리 생각과 관점이 비슷한 사람의 말을 듣고(글을 읽고) ‘그래 바로 이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 말이라고. 너도 한번 읽어볼래?’라는 마음이 들어서입니다.

우리도 우리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전문 번역가도 아니면서, 잘할 자신도 없으면서 없는 시간 내어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책을 굳이-번역한 이유입니다. 이런 ‘변’도 없이, 실이익이 거의 없는, 지루하고, 짜증나고, 힘든 일을 굳이 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정말 괜찮은 책입니다. 무언가 여러분의 심기를 거슬릴만한 내용 상의, 형식 상의 오류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원저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번역자들의 잘못입니다. 행여 표현과 형식 상에 오류가 있어 방해를 하더라도, 원 저자가 하려는 말과 의도에 집중해주시기를 감히 바랍니다. 번역자들을 대표해서 쓰는 글은 아니지만, 다른 두 선생님들의 마음도 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많이 권해주세요. 고객들이 읽어도 참 좋은 내용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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