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 fysiotherapist

도수치료를 공부하고 싶다고 떠나는 J에게

iTherapist 2016. 7. 1. 14:46




도수치료를 공부하고 싶다고 떠나는 J에게...


그냥 내 이야기를 좀 할게. 안들어도 좋아. 일단 지껄일테니 들어봐. 지루하면 잠시 어디 다녀와도 되고 그냥 딴 일 해도 괜찮아. 뭔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기는 한데, 솔직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음... 말그대로 지껄여질 거 같아. 횡설수설할 거 같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이야기 하나... 하!


우린 시스템 속의 톱니바퀴란다.


J야! 넌 니가 어느 시스템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해본 적 있니? 인지할 수 있든 없든간에 우리는 어떤 시스템의 일부란다. 우리 몸이 그렇듯이 우리 몸이 살고 있는 이 시공간, 사회가 그렇지. 어딘가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어.


그게 중요하냐고? 그럼 중요하다마다. 중요하지. 시스템은 메커니즘의 연속체야. 음! 우린 톱니바퀴야. 내가 돌 수  있는 시점과 속도 방향을 결정할 수 없지. 시스템 안에서는. 왜냐면 맞물려 있거든. 시스템이 작동되면 내 의지에 상관없이 돌아가니까. 어떤 톱니바퀴는 잉여물로 취급당하기도 해. 효율과 혁신의 칼을 들이대면 꼭 필요치 않은 것을 빼버려도 시스템이 잘 돌아갈 부품이 되기도 하지. 쓸모 없는 인력인게지. 슬프지만 말이다. 


치료사도 시스템 내에 존재한단다. 그 치료사가 대하는 고객이 신경계의 문제를 보이든, 로코모션(근육골격계)의 문제를 보이든 간에 상관없이. 다른 신체 시스템 손상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고 다른 사회 시스템에 속한 것은 아니란다. 같은 시스템이 속에 있는 거지. 그 시스템 안에서 우린 어떤 일을 담당할까? 아니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톱니바퀴인 나의 역할이 뭘까? 


우린 움직임 시스템 전문가란다. 


무리를 지어 살게 된 뒤로 인간들은 여러 가지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어.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생기게 되었지. 그중 어떤 사람들은 사람이 아팠을 때 덜 고통을 받고 얼른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 거야. J 너도 알다시피 사람 몸이 오죽 복잡하니? 그래서 그 안에서도 또 세분화된 거야. 즉 신체 시스템별로 전문영역이 나뉘게 되었지.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신체적 시스템으로 구분한 것으로 충분했지. 그런데 물리적 신체 시스템만으로는 안되는 문제들이 생기게 된 거지. 인간의 움직임과 관련된 문제들이 바로 그것이야. 처음에는 아주 기계적으로 생각했을 거야. 움직임? 그거 관절에서 일어나잖아. 그럼 관절을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되는 거잖아? 이렇게 간단하게 봤겠지. 근데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아냐! 근육이 중요하지. 근육이 힘을 만들어서 관절을 움직이잖아. 그러니 근육계통을 다루어야 한다고. 그렇게 골격계통과 근육계통이 통합되었겠지.


근데 가시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인 골격계통과 근육계통만 다루는 것으로 움직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거야. 인간의 움직임은 사실 엄청난 규모의 복잡계였던 거야. 아! 그렇지 근육을 조절하는 게 신경계통이지! 그럼 신경계통의 지식과 정보를 통합해야겠네. 그렇게 인간의 움직임에 관여하는 시스템들이 한데 모이게 된 거야. 야! 근데 움직이려고 하는 놈이 움직일 마음이 없으면 또는 움직일 심리상태가 아니면 어쩌니? 그렇게 또 움직임에 관한 심리계통이 추가되어, 그렇게 기능적 시스템이 탄생해. 그것이 바로 움직임 시스템이지. (참조하렴)


우린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 시스템에서 움직임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해주는 역할을 맡게된거야. 그게 우리 치료사 집단이고 이 사회에서 해주어야할 일이야. 움직임 시스템은 우리의 분야야. 움직임 조절에 관여하고 영향을 주는 모든 신체 요인들을, 최근에는 외부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까지 다루는 거대한 전문적인 톱니바퀴가 된 거지. 


움직임 조절 기전을 공부하렴.


배경색 칠하는데 시간을 너무 썼다. 그래, 우린 이런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톱니바퀴인 거야. 이제 우리의 역할은 알게 되었지? 그럼 뭘 알아야 할까? 전문영역이라면서 전문가이고? 그럼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 하잖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면 더 고급지고 뭔가 어렵게 생각되는 지식과 정보 말이야. 그래야 전문적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잖아. 


그래, 맞아. 인간의 움직임 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먼저 알아야겠지? 그리고 또 각 시스템의 작동 기전과 특정 상황에서의 역학들도 알아야겠지. 또, 각 구성요소 손상 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정리해서 알고 있어야 하겠지. 뭐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지. 그다음에 신경 써야 할 것에 비하면 말이지. 바로 그런 움직임 문제점들을 정상적으로 되돌려 놓는 혹은 손상이 예상되는 움직임 기전을 되돌리는데 사용할 방법들. 그걸 알아내어 실현하는 것이 실제이자 난관이 된 거지. 


이건 너무 어렵잖아. 내 몸도 내가 어떻게 못 하는데 남의 몸의 움직임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거. 그래서 전문분야이지 않겠어? 그렇기에 접근 가능 하고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최신의 최고의 방법을 연구하고 익히는 것이 우리 분야의 톱니바퀴들이 해야 할 일이지. 여러 술기들도 익혀야지. 전통적으로 행해져 오던 방법들, 최근에 소개된 방법들, 또 나의 상식으로 익숙해진 방법들까지. 


이것저것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 진짜 중요하지. 그런데 J야! 잊지 말 것이 있다. 아니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거인들이 애써 깨닫고 역설하던 점을 새겨듣자. 움직임은 특정 시스템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 사실 다 규정하기도 힘든 - 시스템들의 상호작용이다는 깨달음 말이다. 움직임을 교정, 수정, 회복 시킬 때, 즉 움직임 조절 능력을 복구할 때 가이드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접근 가능한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여 경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이라는 점. 이것이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톱니바퀴 하나 다루는 기술에 집착하지 마라.


J 니가 움직일 때를 생각해보렴. 너의 움직임에서 느낀 것을 최고의 참조점으로 삼으렴. 전문가들은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잖니. 복잡계의 문제의 해결책은 때론 아주 상식적일 때가 많단다. 네가 움직일 때 말이다. 너의 움직임 관련 시스템들, 감각-지각-인지계통, 근육-신경계통, 근육-골격계통, 인지-심리계통은 끊임없이 의식적 수준과 무의식적 수준에서 협력하며 작동한단다. 아주 복잡해 보이지? 그래 우리가 이 톱니바퀴 세상에서 맡은 역할이 바로 그런 복잡계를 다루는 분야란다. 니가 니 몸에서 느꼈듯이 네가 지금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환자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어라. 모든 시스템을 통합하여 운동/훈련 방법과 절차를 제안해주어야 한단다. 


그러니 특정 시스템만을 강조하고 그것 하나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어라. 니가 배우고 또 이미 배워 맹신하고 있는 그 브랜드화된 치료 접근법들의 창시자들이 통찰하여 권고한 그 충고를 그냥 지나치지 마라. 움직임 시스템을 분해해서 톱니바퀴 하나를 빼내어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짓에서 그치지 말라는 그들의 공통된 충고를 말이다. 그래, 때론 그렇게 빼내야 할 때도 있단다. 그렇지만 다시 넣어주어야지. 넣었다고? 그럼 이제 니가 고친 그 톱니바퀴가 들어간 완성 상태에서 다시 작동하도록 해주렴. 제발.


움직임 학습을 공부하고 전략을 개발하렴.


움직임은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 않는단다. 한번 작동을 경험시켜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거지.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해주어야지. 여기에 또 하나의 상식이 적용되더라. 지난달 J가 몸 건강을 위해 새로 시작한 수영을 생각해보렴. 마음처럼 되지 않지? 쉽게 익혀지지도 않고. 강사는 자꾸 팔꿈치를 더 꺾으라고 하는데 넌 그것이 그렇게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지. 물 밖에 나와서 강사의 몸짓을 따라 할 때는 그렇게 정확하게 하는 것을 물에 들어가서 다른 사지의 움직임에 통합하려니 그렇게 잘 안 되는 거야. 그렇지! 하고 강사가 외칠 때 넌 순간 기뻤다가 또 알 것 같다가도 다시 혼란에 빠지기도 했었지. 


움직임 조절 능력이 손상되어 다시 회복하기를 바라는 너의 고객도 그러하단다. 또 상식이지. 그래서 우리가 고객들에게 가르치는 정보의 종류는 말로는 설명이 힘든 지식이란다. 움직임이라는 대상의 특성이 그래. 몸으로 할 줄 아는 데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런 지식. 그런 것을 암묵적, 내재적, 절차적 지식이라고 한다더라. 그런 지식을 남에게 전달할 때는 특별한 전략들이 필요하지. 되먹임을 주는 전략도 필요하고 향상 정도와 학습 정도를 느끼게 하는 전략도 필요하고 각 학습 구간별로 제시해주어야 할 전략은 말할 것도 없지. 통합이라는 거 두 음절의 단어이지만 그렇게도 어렵지. 니가 수영할 때 느꼈듯이 말이다. 


죽은 놈들 말보다는 너의 이야기를 시작하렴.


여러 톱니바퀴를 점검해야 하고 각 파트들의 작동 기전도 점검해야 하지. 또 그것들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도 알아야 하고. 그러니 하나의 톱니바퀴를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것에 집착하지 마. 물론 방법을 익히는 것은 좋아. 그렇지만 전체를 보렴. 부품 하나 닦는 방법 알았다고 깝치지도 말고 또 그런 기술에 집착도 마라. 


움직임 문제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질병명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단다. 어떤 사람은 더 많은 물리적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소프트웨어 즉 움직임 전략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 또 어떤 사람은 부품 하나를 어렵게 빼내어 잘 닦고 조여야 할 때가 있고 어떤 사람은 그 부품을 통째로 바꿔야 할 경우도 있지. 어떤 경우든지 간에 그들에게 해주어야 할 방법은 많이 다르지 않단다. 그러니 움직임 시스템을 분리도 할 수 있고 다시 원래 상태로 재조립도 할 수 있는 전체적인 눈을 키웠으면 한다. 움직임 시스템의 조절과 재학습의 기전과 절차 그리고 특정 방법론을 공부했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누구도 모르는 것을 발견하면 기회로 삼아 더 파야한다. 가르쳐 주는 사람 없다고 푸념마렴. 혼자서 고민하고 연구하렴. 그것이 바로 너만의 것이 되는 지점이고 너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이란다. 


니가 도수치료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할 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너무 말이 길어질까 봐 말이다. 해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테니까. 네가 추종하는 브랜드화된 치료법들의 권위자와 숙련자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창시자들이 깨닳은 것을, J 너는 그들보다 훨씬 빨리 깨달기를 바라. 너처럼 열심히 하는 아이가 예상과 많이 차이 나는 현실을 접했을 때 좌절하고 튕겨 나갈까 봐 걱정이다. 공부는 너 혼자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뭘 배우려고 직장을 옮기는 우도 이번 한번 뿐이었으면 한다. J가 곧 느끼겠지만 니가 동경하는 그 찌들도 다 너처럼 불안해하고 조바심 내는 사람일 뿐이란다. 단지 너보다 그런 것을 감추는 능력이 조금 능숙할 뿐. 


J야! 응원하마.



(p.s)
J야! 이 장황한 내용을, 미국 물리치료계의 인식 변화의 내용으로 잘 정리한 이 있어 공유한다. 왜 우리가 움직임 시스템을 중심에 두고 공부하고 연구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야 하는지에 관한 근거 글로 링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