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게슈탈트 관점으로 보는 걷기 움직임
앞서 인간 걷기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모형 중 척추엔진 모형을 말할 때 언급한 것처럼,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이론적 모형은 보행자 이론입니다. 보행자 이론에서는 한 스트라이드stride, 즉 한걸음 동안 다리에서 일어나는 주요 운동학적 또는 역학적 사건을 토대로 구간을 나눕니다. 한 스트라이드 동안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은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이 스트라이드를 사이클cycle 또는 주기라고도 합니다.
한 사이클의 단계를 구분할 때 가장 먼저 사용되는 기준은 발이 바닥에 닿아 있느냐, 떨어져 있느냐이죠. 즉 바닥에 닿아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입각기stance와 유각기swing로 나뉩니다. 입각기는 다시 하지 관절과 다리의 위치에 따라 IC Initial contact, LR Loading response, MSt Mid stance, TSt Terminal stance, PSw Preswing 단계로 구분합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공중에 들려 있는 유각기는 ISw (Initial swing), MSw (Mid swing), TSw Terminal swing 단계로 나뉩니다.
인간 걷기의 효율성 때문에 한 사이클 동안 하지 관절의 변화는 시상면sagittal plane에서 가장 큽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보행 단계들은 일반적으로 시상면의 운동학적 정보로 구분하고 설명하고 이해합니다. 그렇다보니 보행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때도 시상면의 관절운동학적 정보가 기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두에서 지적한 문제, 즉 인간의 움직임은 전체(글로벌)적인데 부분(로컬)의 정보를 가지고 전체를 이해하고 수정하려는 오류를 이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 관점의 보행 주기와 단계
너무도 당연한 말이어서 지면에 적기도 민망하지만 우리는 두 다리로 걷습니다. 다리만 움직이고 몸통과 팔은 버스 승객처럼 수동적으로 실려 가는 것이 아니라, 다리 이외의 나머지 분절들도 걷기라는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운동과 위치에너지를 만드는 적극적 참여자입니다. 여러분께서 움직임에 관한 게슈탈트 관점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여러분의 결론도 제가 생각하는 방향을 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체’로 분석하고 ‘전체’로 접근하자는 것입니다. 이 말을 ‘전체로만’ 접근하자는 말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제가 게슈탈트 관점으로 인간 보행 단계를 이해하고 통합하려 했던 시도와 절차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선 사이클(주기)을 원으로
게슈탈트 관점에서 보는 보행 단계 이해는, 일단 ‘사이클'이라는 용어처럼, 보행의 주요 사건들이 반복되는 주기로 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보행의 이러한 주기적 특성을 반영하려고, 저는 보행 단계를 직선 상으로 나열하지 않고 시계처럼 원으로 나열하는 작업을 해보았습니다(그림 16). 직선 상으로 표현된 기존 보행 단계들을 시계처럼 원으로만 표현해보아도 보행 움직임이 다르게 인식되는 듯합니다(그림 17).
###단계별 시간 가중치
그런데 원으로만 표현되어 있지, 여전히 기존 보행 단계 모형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각 단계가 차지하는 시간적 점유 공간입니다. 이 그림에 표기되는 공간적 면적(길이)은 각 단계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기존의 그림들은 각 단계가 같은 간격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보행 시의 단계가 점유하는 시간은 다릅니다. 그래서 IC 단계를 시작지점으로 정하고 각 단계가 차지하는 시간적 점유율로 단계를 재배치 해보았습니다(그림 18).
게슈탈트식 보행 주기에 시간 점유 비율을 표현해보았습니다(그림 19). 이제 어떤 단계가 한 사이클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점유하고 어떤 단계가 짧게 지나는지 단계별로 걸리는 시간을 상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두 다리 사이의 상대 움직임
흔히 보행에 관한 정보가 한쪽 다리를 기준으로 일직선 상으로 제시되기 때문에 임상에서 치료사들도 그런 정보 형태가 이미지화되어 있습니다. 지식은 프레임워크가 됩니다. 즉, 정보 해석의 창문이 됩니다. 그 창을 통해서 정보를 파악하고 해석하죠. 임상에서 환자의 걸음걸이를 관찰할 때 그 프레임워크를 쓰게 됩니다.
걸음은 두 발로 걷습니다. 한 다리가 특정 단계에 있을 때 다른 쪽 다리도 보행 주기/사이클 중 어느 단계를 거칩니다(그림 20). 예컨대, 한쪽 다리가 MSt 단계를 거치면 다른 다리는 MSw 단계를 지납니다. 한쪽 다리가 TSt 단계를 지나 PSw 단계로 넘어가면 다른 쪽 다리는 IC 단계에서 LR 단계로 진행됩니다. 이렇게-당연하게도-양쪽 다리는 상호보완적으로 몸에 가해지는 역학적 부하와 운동학적 과제를 처리합니다. 한쪽 다리가 IC-LR 단계를 지난다고 할 때,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해당 다리 관절과 근육이 아니라, TSt-PSw 단계에 있는 반대쪽 다리입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반대쪽 다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셈이지요.
###보행의 기능적 과제
한 사이클 동안, 즉 한 발의 뒤꿈치가 닿아서 다시 그 발의 뒤꿈치가 닿을 때까지, 우리 몸은 3가지 과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몸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기능적으로 의미 있는 과제들을 수행해야 합니다. WA (weight acceptance), SLS (single limb support), LA (limb advancement)입니다(그림 21).
WA 과제는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체중부하와 그로 인한 지면반발력을 수용하는 과제입니다. 유각기 단계가 끝나고 뒤쪽 다리에 실려 있던 체중이 새로운 다리로 옮겨와야 하는 데 이때 이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SLS는 한 발로 서는 과제입니다. 전방으로 몸을 이동하려면, 한 발로 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발로 서 있는 상태에서 반대쪽 다리를 앞으로 옮겨가야 하는 시점인지라 몸이 가장 불안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과제는 LA 과제입니다. SLS 과제 구간이 끝날 무렵에는 반대쪽 다리로 체중이 옮겨가 있으므로, 이제 다리를 유각시켜 앞으로 보낼 수 있게 됩니다. LA과제에서는 다리를 앞으로 이동하는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세 가지 기능적 과제 모두 연속적이고 연결된 동작을 통해 진행되지만, 특히 SLS와 LA는 상호교환 관계에 있습니다. 한 다리가 SLS 과제를 처리할 때 반대쪽 다리는 LA 과제를 처리하며, 그 뒤를 이어 반대쪽 다리가 SLS 과제를 맡아주는 동안, LA 과제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WA 과제는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SLS와 LA 과제 사이에서 각 다리의 임무 교대가 일어나는 시점이 바로 WA 과제가 처리되는 단계입니다.
####기능적 과제에 따른 두 다리의 단계
기능적 과제 중, WA를 처리해야 하는 시점에, 한쪽 다리는 IC 단계에서 LR 단계를 지나며, 반대쪽 다리는 TSt 단계에서 PSw 단계를 거칩니다(그림 22). SLS 과제의 경우, 한쪽 다리가 MSt 단계에서 TSt 단계를 거칠 때, 반대쪽 다리는 MSw 단계에서 TSw 단계를 거칩니다(그림 23). LA 과제의 경우, 한쪽 다리가 ISw 단계에서 MSw 단계를 거칠 때, 반대쪽 다리는 LR 단계와 MSt 단계 사이를 지납니다. 저는 이 사이 단계를 Initial Stance 혹은 Early Stance 단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그림 24).
####걷기 움직임에 관한 게슈탈트식 통합
이런 정보를 모두 담아 완성한 그림입니다(그림 25). 저는 이것을 게슈탈트식 보행 단계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앞서 설명한 모든 정보를 한 데 모아 도넛 모양의 세 개 원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도넛 원에서, 시간 가중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 보행 단계를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단계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에 비해 어떤 단계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처리되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다음, 두 번째 도넛에서는 특정 단계를 거치는 동안, 반대쪽 다리에서 일어나는 운동학적 사건 또는 단계를 그려 넣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걸을 때 양쪽 다리에서 일어나는 단계와 두 다리의 관련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 다리가 MSt 단계를 지날 때 반대쪽 다리가 MSw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도넛에는 보행의 세 가지 기능적 과제를 표현해보았습니다. 해당 과제 시에 두 다리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령 WA 과제는 한쪽 다리가 IC 단계에서 LR 단계로 진행하고, 그와 동시에 반대쪽 다리는 TSt 단계에서 PSw 단계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로코모션 시너지와 관련 보행 단계
게슈탈트 관점으로 걷기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정보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더 실용적인 또 다른 지식 통합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게슈탈트 관점을 유지한 채 말입니다. 로코모션 협응구조를 고려해서, 근육반응시너지의 유사성에 따라 각 보행 단계들을 짝을 지었습니다(그림 26). 이 작업은 독일 치료사이자 IPNFA 강사인 브리타 디에츠Britta Dietz가 처음 제안한 CLTCoordinative Locomotor Training 라는 치료 및 훈련 콘셉트에서 말하는 협응적 근육 시너지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42
CLT 콘셉트에서는 인간의 로코모션 중 걷기 활동을 두 가지 근육반응시너지로 수렴하여 움직임의 자유도를 통제합니다.43 각 단계는 근육반응시너지의 유사성에 따라 5쌍으로 묶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IC 단계와 TSt 단계, LR 단계와 PSw 단계, Early Stance(MSt 직전) 단계와 ISw 단계, MSt 단계와 MSw 단계, TSt 단계와 TSw 단계가 짝으로 묶이는 단계들입니다. 이 5쌍의 단계들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인간의 걷기 활동이라고 해석합니다.
‘움직임 조절과 협응구조’ 부분에서 말씀 드렸던 것을 한번 떠올려 보죠. 협응적인 복잡한 움직임을 향상하기위해서는, 처음에는 자유도를 줄여주었다가 수행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자유도를 확장해가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유도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협응구조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따라서 걷기처럼 복잡한 형태의 움직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로코모션 동작 자체를 협응구조로 삼아, 단 두 가지 형태의 근육반응시너지 형태를 이용하는 접근 방식이 적합한 훈련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주]
42 Dietz B. Let's sprint, let's skate. Innovationen im PNF-konzept. Hidelberg: Springe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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