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 fysiotherapist

예쁜 손

iTherapist 2015. 11. 23. 08:43


참 예쁜 손이었다.
마산에서 열린 PNF 학술대회에 참가했다가 방금 돌아왔다. 오는 길에 멀미를 했다. 다 토했다. 머리와 속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학술대회 장에서 글을 올려야겠다고 이미 마음 먹은 일이었다. 쓰러져도 그 이야기는 하고 쓰러져야겠다.)
아주 예쁜 것을 보았다. 손이었다. ‘참 예쁜 손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했다고 꼭 잡아주고 싶은 손이었다. 이전 세션에서 발표를 한 선생님의 손이었다. 손등과 손바닥에 작은 글씨가 가득인 손이었다.
...
학술대회 당일, 가장 인상 깊은 발표를 한 선생님이었다.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그이의 발표를 듣고 난 직후였다. 그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었다. 무언가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그 발표 자리와 입장을 충분히 알기 때문에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싶었다. 말 한마디이지만 그것이 가지는 효과를 알기에 전해주고 싶었다. 그말은 그 당시에만 효과가 있다. 너무 잘한 발표이니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너무 잘 하셨어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말을 해드려야지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그 선생님이 지나갈 때 실제로 그렇게 말했다.
그후 쉬는 시간에 그 선생님의 자리를 지나다가 그의 손을 보게 되었다.
“어! 이게 뭐야? 손이 왜 그래요?”
“아! 아니어요. ㅎㅎㅎ 질문 나올까봐요. 예상 질문...”
“이리 와! 손 좀 내밀어봐. 내가 찍어둬야겠어. 빨리!”

그래도 아가씨 손인데 피부 관리 좀 하지. ㅠㅠ


애써 뒤로 숨기는 손을 잡아 억지로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나는 이미 이 글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 예쁜 광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떨렸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예상질문을 떠올리고 그 답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짧은 순간에 그 조마한 마음에 손에 적어두었을 것이다. 그 마음과 준비, 그 떨리는 마음, 예상 질문을 생각하고 그 답변을 준비하는 마음, 화장실을 드나들며 머리 속으로 대본과 발표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되뇌이는 것, 어떤 옷을 좋을 지 고민하고 옷을 싸는 마음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그동안 10여 차례 참석한 학술대회 장에서 전에 없이 가장 예쁜 모습을 보았다. 참석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참석한 학술대회였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고 무언가 어수선하고 남의 옷 입고 허겁지겁 나간 맞선 자리마냥 내 마음도 어수선했다. 개인적으로 역대 최악의 학술대회로 기억될 뻔 했다. 개인적으로는 즐겁지 않은 시공간이었음은 분명했지만, 마음에 딱 드는 그 발표와 예쁜 손 덕분에 역대 최악의 학술대회로 기억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난 그 예쁜 손을 보여준 그이에게 너무 고맙다. 또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이글을 쓴다. 그이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다. 횡설수설하는 다듬지 않은 이 글이 그이에게 자부심과 뿌듯함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난 그의 손에서 우리 학회의 희망과 미래를 보았다. 그 진정성 가득한 마음이 그 ‘예쁜 손'에서 읽혀졌다. 걱정 가득한 요즘이었지만 그 풋풋하고 순수하고 예쁜 모습을 보고 많이 누그러졌다. ‘우리가 학회인가!’라며 회의적 생각의 하수구에서 허우적 대던 나의 마음을 그 예쁜 손이 건져 주었다.
정말 고마워요. 열심히 해주어서. 그렇게 진정성 있게 해주어서. 그 설레임을 어여쁜 장면으로 보여줘서. 희망을 보여주어서.
고마워요. 그렇게 예쁜 손을 보여줘서...
내가 변탠가. ㅠㅠ
** 페이스북 노트에 게시된 글(2015년 11월 22일)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