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일정은 지난 3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나의 강의 일정 혹은 회의 참석 일정이다.
3월 3일: 경북구미 |
4월 13일: 서울 |
5월 12일: 포항 5월 26일: 대전 5월 31일: 서울 | 6월 2일: 대구 | 7월 5일: 서울 |
이것도 여행이라고 하면 여행이라고 할수 있을까?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는 모조리 누비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죽음의 7월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약 20주 동안, 주말에 가족과 함께하질 못했다. 언제가, 주말에 타지역으로 강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연우님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 오늘 늦어?"
"응, 아빠 강의하러 가. 하루밤 자고 내일 저녁에 집에 올거야. 저녁 밥은 함께 먹을 수 있을거야"
"야, 신난다"
"왜, 신나?"
"내일은 일찍 오잖아"
"......"
평소에 늦게 들어오니 주말이라도 함께 있어야하는 것이 당연할진대, 연우님은 주말 저녁에, 그것도 외박하고 들어오는 아빠가 좋단다. 족장님을 비롯하여 우리 가족들은 아빠에 대한 인내심과 배려심이 대단하다. 감정 유발자인 나조차도 참을 수 없는 아빠와 남편의 스케쥴을 이해해준다. 아니, 잘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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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던 어느 날. 여느 주말처럼 기차를 타고 강의하러 가던 어느 날. KTX 코레일 잡지에서 혜민스님의 글을 보았다. 마치 나에게 보낸 편지 같았다. 가볍게 쓱 읽고 지나가려던 난 무려 5번이나 글을 반복하여 읽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잡지를 덮었다.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정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기차 안에서 해야지하고 미뤄두었던 강의준비, 논문 검토, 연구 계획은 끝내 손도 대지 못했다.
충격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나 자신의 모습을 잠시 자각했을 뿐이다. 잠깐 동안의 자각만으로도 넋을 놓게되는데 내 자신의 실체와 내 삶의 모습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게되면 얼마나 큰 충격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두려웠다.
삶은 여행이라고? 그렇다면 난 어디로 가는 지도 확인하지 않고 기차에 몸을 던진 사람이었다. 목적지는 모르지만 '남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특급열차의 특실에 타려고만 했던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가면 무도회의 가면처럼 느껴졌다. 벗어야지. '껍데기는 가라'라고 내 자신에게 외치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버리지 못한 것이 많았던 거야.
그래 바쁘게 사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어. 그렇지만 바삐가더라도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갔어야 해. 또 남들의 시선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야 해. 그리고 자주 멈추어야 해. 바삐 가느라 보지 못한 것들을 봐야 해. 그것이 삶일테니. 삶이 여행이라면 도착지점에 가는 여정도 즐거워야지. 목적지는 중요한게 아니야. 어차피 목적지는 누구나 같으니.
그래,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아래 그림,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보임)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제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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