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기차 출발 시간이 남아 잠깐 들린 서점에서 함께 갔던 치가 뜬금없이 책 한 권을 앵겨주었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야! 나 소설 안읽으니 사줄라면 내가 읽고 싶은 다른 책으로 사줘. 말을 목구멍 아래로 다시 집어 넣었다. 요새 무슨 상 받았다고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한강 씨 책이잖아. 그냥 읽어 보자. 책을 앵겨준 그 치는 소위 요즘 뜨고 있는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기차에 올라 타고 난 그 책을 들었다. 가벼웠다. 왼손으로 책 한쪽을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다른 쪽을 움켜지고는 책을 구부렸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대고 책장을 후루룩 넘겼다. 215쪽. 흐음, 그래. 뭐 이정도면 금방 읽겠군. 얼른 읽어 버리자. 책을 다시 내려 놓고 원래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