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시스템과 이 개념에 기반한 진단 분류 체계는 문제가 많은가? 그렇다. 아직은. 문제는 움직임 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진단을 하려고 하는 것과 모든 문제의 원인을 움직임으로 환원하려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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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Joyce CT, Beneciuk JM, George SZ. Concerns on the Science and Practice of a movement system. Physical Therapy. 2023;103:1–4.
물리치료 분야에서 '움직임 시스템 Movement system'이라는 개념은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리치료사는 인간의 움직임을 다루는 전문가이며, 움직임은 단순히 근육이나 관절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 근골격계, 심폐계, 대사계, 감각계가 함께 만들어내는 복합적 산물이다. 이런 점에서 움직임 시스템이라는 개념은 물리치료의 전문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좋은 개념이 곧 좋은 진단체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움직임 전문가다’라는 말과 ‘관찰된 움직임 이상을 진단명으로 붙일 수 있다’는 말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 Joyce 등이 쓴 논문 「Concerns on the Science and Practice of a movement system」은 바로 이 지점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이 논문은 움직임 시스템을 부정하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움직임 시스템이 임상과 학문에서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묻는 글에 가깝다.
움직임을 진단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임상에서 우리는 자주 어떤 움직임을 보고 '비정상적이다', '보상이 있다', '조절이 부족하다', '정렬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견갑골 움직임이 다르게 보이면 'scapular dyskinesis'라고 말하고, 무릎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dynamic knee valgus'라고 말한다. 균형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서 몸의 수직 정위vertical orientation가 문제 있는 것처럼 보이면 '수직성 결손verticality deficit'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어떤 움직임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만으로 그것을 곧바로 병리적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그것을 진단명처럼 붙이는 것이 문제가 없을까? 그리고 그 움직임을 치료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움직임 진단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으려면 단순히 관찰 가능해야 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먼저 여러 임상가가 같은 방식으로 그 문제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신뢰도가 있어야 한다. 또 그 움직임 문제가 실제 통증, 낙상, 기능 제한, 활동 제한, 참여 제약과 관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타당도 문제다. 또한 그 움직임 문제가 미래의 손상이나 장애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후적 가치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와의 관련성이다. 어떤 움직임 진단이 있다면, 그 진단은 치료 선택에 영향을 준다. 더 중요하게는 치료 선택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움직임 문제가 있는 사람이 특정 치료에 더 잘 반응하고, 그 문제가 없는 사람은 다른 치료에 더 잘 반응한다면 그 진단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단을 붙여도 치료 선택이나 결과 예측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진단은 임상적 가치가 약하다.
좋아졌다고 해서 진단이 맞았다는 뜻은 아니다
움직임 진단이 이루어지고, 치료 후 환자가 좋아졌다고 해서 우리가 붙인 움직임 진단이 맞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임상에서는 이런 추론을 하기 쉽다. '견갑골 움직임이 이상했다. 그래서 견갑골 운동조절 치료를 했다. 환자의 통증이 줄었다. 그러므로 통증의 원인은 견갑골 움직임 이상이었다.' 얼핏 보면 맞는 말인듯하다. 하지만 이런 추론은 과학적으로 조심해야 할 추론이다.
환자가 좋아진 이유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운동 자체의 일반적 효과 때문일 수도 있고, 자연 회복 때문일 수도 있다.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안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거나 활동량이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치료사가 의도한 특정 움직임 변화가 아니라 다른 신경생리학적 변화, 심리사회적 변화, 환경적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치료가 효과 있었다'는 사실과 '그 효과가 특정 움직임 진단을 치료했기 때문에 나타났다'는 주장은 서로 다르다. 전자는 치료 결과에 관한 주장이고, 후자는 치료 기전에 관한 주장이다. 이 둘은 구분되어야 한다. 치료가 효과적인지 보려면 효과 비교 연구가 필요하고, 그 효과가 특정 움직임 변화 때문에 나타났는지 보려면 매개 분석 causal mediation analysis과 같은, 다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 부분은 임상 전문가에게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임상 전문가들은 치료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또 앞서 이야기한, 치료 기전을 알아보기 위한 매개 분석이 없다고 해서 그 치료가 의미없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치료가 도움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가정한 모든 이론적 설명이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임상적 성공과 이론적 정당성은 같은 것이 아니다.
견갑골 움직임 이상은 정말 어깨 통증의 원인인가
근골격계 움직임 진단 중 하나인 견갑골 상방회전 결핍scapular upward rotation deficit 진단의 사례를 가정해 보자. 물리치료 임상에서 견갑골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어깨 통증 평가와 치료의 핵심 요소처럼 다루어져 왔다. 견갑골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어깨 통증이 생긴다는 설명은 매우 익숙하다. 많은 치료 접근에서 견갑골 위치, 견갑골 안정화, 견갑골 운동조절은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그 근거가 생각보다 탄탄하지 않다. 견갑골 움직임을 임상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연구마다 다양하고, 평가자 간 신뢰도 역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깨 통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에서 견갑골 dyskinesis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연구들도 있다. 어떤 연구들은 견갑골 움직임 이상이 손상 위험을 예측한다고 보고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도 있다. 치료 효과 연구에서도 지적되는 문제가 있다. 견갑골 운동조절 치료가 일반적인 어깨 재활보다 통증이나 장애를 더 잘 개선하지 못한 연구들이 있다. 또 견갑골 움직임이나 견갑흉곽 근육의 근력 변화가 실제 통증과 기능 개선을 매개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이 말은 견갑골을 평가하거나 치료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견갑골 움직임의 차이를 너무 쉽게 병리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견갑골 움직임이 평균적인 패턴과 다르게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통증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그것을 반드시 교정해야 할 핵심 손상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정상 움직임이라는 말의 위험성
물리치료는 오랫동안 '정상 움직임'이라는 개념에 기초하여 움직임을 평가하고 치료했다. 정상 정렬, 정상 자세, 정상 보행, 정상 견갑골 움직임, 정상 무릎 정렬 같은 표현은 임상 교육과 평가에서 익숙하다. 물론 기준은 필요하다. 또한 기준은 관찰과 판단을 돕는다.
그러나 문제는 정상 움직임을 너무 좁게 정의할 때 생긴다. 인간의 움직임은 하나의 이상적인 형태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움직임은 과제, 환경, 신체 조건, 통증 경험, 문화, 생활양식,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과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여러 움직임 전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 하나만 보더라도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몸통을 많이 숙이고, 어떤 사람은 발 위치를 바꾸며, 어떤 사람은 손을 사용한다. 이것이 모두 병리적 보상은 아니다. 특정 환경과 신체 조건에서 가장 적절한 전략일 수 있다.
따라서 임상가는 '정상 패턴에서 벗어났는가'만 물어서는 안 된다. 환자나 고객이 정상 기준에서 벗어난 움직임을 보인다면, '이 움직임이 이 사람의 목표 수행에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가', '이 움직임 전략은 통증이나 손상 위험과 관련이 있는가', '다른 움직임 전략을 학습하는 것이 이 사람의 활동과 참여를 실제로 개선할까'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움직임 변이성은 오류가 아니라 자원일 수 있다
운동조절의 다이나믹 시스템즈dynamic systems 관점에서는, 인간 움직임이 여러 하위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면서 과제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움직임의 변이성을 단순한 오류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일 수 있다.
물론 모든 변이성을 좋은 것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변이성은 불안정성, 비효율성, 통증 회피, 감각 처리 문제, 운동조절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변이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을 병리라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변이성이 기능을 방해하는지, 아니면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움직임 시스템 관점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움직임 분석이 곧 '이상 패턴 찾기'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움직임 분석은 개인이 특정 환경에서 특정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리고 치료는 미리 정한 정상 패턴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더 풍부한 움직임 선택지와 더 나은 적응 능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ICF 관점에서 본 움직임 진단의 한계
ICF는 손상, 활동, 참여, 환경, 개인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다차원적 틀이다. 먄약 움직임 진단이 지나치게 손상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ICF의 본래 개념과 멀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행이 느린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근력 저하, 균형 문제, 감각 문제, 협응 문제, 자세 조절 문제를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보행 문제는 단지 하나의 움직임 손상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 낙상 경험, 집 주변 환경, 보조도구 사용 경험, 가족의 보호 태도, 사회적 활동 기회, 개인의 자신감이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임상전문가가 복잡한 문제를 하나의 움직임 진단으로 환원하면, 문제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환자의 삶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환자는 움직임 패턴만 가진 존재가 아니다. 환자는 특정 환경에서 살아가고, 활동하고, 참여하고, 두려워하고, 선택하고, 적응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움직임 시스템 접근이 ICF와 잘 만나려면 움직임 손상을 진단하는 데서 멈추면 안 된다. 움직임은 개인의 활동과 참여의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 한다. 움직임 진단은 환자의 삶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일 수 있지만, 환자의 문제 전체를 대표하는 최종 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움직임 시스템 관점에 기반하여 평가하고 진단하다 보면 움직임이 중요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움직임을, 신체 기능과 구조의 문제를 모든 활동과 참여 문제의 원인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움직임 시스템은 필요 없는가
움직임 시스템의 규정과 움직임 시스템의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움직임 시스템이라는 개념은 물리치료의 전문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다. 인간 움직임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분석하고, 치료하고, 기능 회복을 돕는 것은 물리치료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다만 움직임 시스템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과학적 엄격성을 가져야 한다. 어떤 움직임 문제가 실제로 임상적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움직임 문제가 예후를 예측하는지, 어떤 움직임 문제가 치료 선택을 바꾸는지, 어떤 움직임 변화가 실제 결과 개선의 기전인지 검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움직임 시스템은 새로운 전문성의 언어가 아니라, 기존의 자세 교정, 정렬 교정, 움직임 교정 담론을 새로운 이름으로 반복하는 것에 그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물리치료는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왜 그것이 필요한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가', '어떤 결과를 바꾸는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움직임 시스템은 더 조심스럽게, 더 넓게 이해되어야 한다
내가 이 논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읽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움직임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움직임을 너무 빨리 진단명으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 임상가는 움직임의 차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차이가 병리인지, 적응인지, 정상 변이인지, 과제 특이적 전략인지 구분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움직임의 차이가 실제 환자의 활동과 참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어야 한다. 움직임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이 삶 속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보아야 한다.
움직임 시스템은 물리치료의 중요한 방향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성급한 진단 시스템으로 굳어질 때 위험해진다. 움직임 시스템은 인간 움직임의 복잡성과 맥락성을 설명하는 넓은 틀이 되어야지, 관찰된 움직임 차이에 이름을 붙이고 교정 대상으로 만드는 좁은 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움직임 시스템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더 좋은 움직임 시스템이 필요하다. 더 신중하고, 더 검증 가능하며, 더 ICF적이고, 더 맥락적인 움직임 시스템이 필요하다. 움직임을 병리화하기 전에 그 움직임이 그 사람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는 태도, 그것이 이 논문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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