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읽을 만한 책 좀 소개해주세요'라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지금 읽고 있는 이 책 "생각의 해부"를 권하겠다. 행여 묻지 않더라도 내 주변의, 현재 연구를 하고 있거나 논문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읽히고 싶다. 만약 지난 학기 연구방법론의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면, 나는 이 책 읽기를 과제로 내주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행동경제학, 사회심리학, 언어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 철학 등을 연구하는 16명의 석학이 각자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16개 챕터로 되어 있는 책을 나는 관심을 끄는 챕터부터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읽고 있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어설픈 팬인 나는 당연히 박사가 쓴 6장 '행동신경학의 대담한 시도'부터 읽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4장(사이먼 배런코언)을 읽고 난 직후였다. '테스토스테론, 그리고 마음과 뇌'라는 제목이 붙은 4장은 자폐스펙트럼과 테스토스테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배런코언의 이야기이다. 권하고 싶었던 것은 내용 때문이 아니다. 과학자로서 자신의 연구분야를 소개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는 저자의 논리와 설명 과정에 감동 받았기 때문이다.
'아!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 것은 발표가 끝나고 주고받은 질의응답 부분(p78~p101)을 읽고 난 후이다. 세련된 질문과 답변, 정곡을 찌르는 질문과 확고한 답변 그리고 우아한 제스츄어가 저절로 떠오르게하는 능숙한 언변, 날카로운 질문에 찔린 상처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읽혔기 때문이다.
이 한 챕터, 500여 페이지에서 단 20여 페이지에 해당하는 부분만 읽더라도, 그리고 그만 읽더라도 이 책을 사서 읽을 명분은 충분하다.
일독을 권한다.
[생각의 해부, 존 브록만 엮음, 강주헌 옮김, 524쪽, 2만2000원, 와이즈베리]
[언론 소개]
http://hankookilbo.com/v/392a7235b9954d64b7b33d0048ec7e5a
[Yes24]
http://www.yes24.com/24/goods/15653218?scode=032&OzSrank=2'Unbearable Light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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