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earable Lightness

자신감, 그 달콤 씁쓸함에 대하여...

iTherapist 2013. 7. 4. 15:22


자신감은 꼭 필요한 성격의 요소(또는 특성)인 듯 하나 우리는 너무 흔하게 자신감을 실력이나 능력으로 바꾸어 생각한다. 일종의 잘못된 자동적 사고인데 이것이 바로 자신감 착각이다. 

아래의 내용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김영사)' 중 '자신감 착각' 부분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깊이 새기고 반성적 사고를 해야할 내용인 거 같아서 한 대목을 발췌해둔다. 특정 전문 직종의 명칭을 '치료사'로 바꾸어 보았다. 치료사로 바꾸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 더욱 와 닿는다. 부끄러울 정도로 반성하게 된다.


키팅은 의료계에서 자신감의 역할을 알고 있다. "치료사들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여야 환자나 가족, 동료 전문가와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한꺼번에 터지는 임상에서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됩니다." 환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치료사를 믿고, 그 믿음은 치료사가 이미 지니고 있는 자신감을 강화한다.

키팅은 이렇게 말한다. "치료사가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치료사가 자신을 위한 옳은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은 과학적 현실과는 상관없죠. 환자들은 자기 결정보다 치료사의 결정을 믿습니다. 문제는 이게 치료사로 하여금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해지지 못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환자의 믿음은 치료사의 자부심을 높이고 '치료사는 다 알 거야'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의료계에서 자신감의 순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치료사들은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자신 있게 말하도록 배운다. 그러면 환자들은 자신감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치료사를 마치 신성한 통찰력을 지닌 성직자처럼 대우한다. 환자들의 '띄워주기'는 다시 치료사의 행동을 강화하고 그들이 더 자신만만해지도록 만든다. 자신감이 지식과 능력을 크게 앞지르면 위험이 찾아온다. 

키팅은 말한다. "침착함은 치료사가 항상 갖추려고 노력해야 하는 요소지만 반드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어야 배우려는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더욱 겸손해져야 합니다."

[자신감 착각, 보이지 않는 고릴라(김영사) 중에서]


치료사들은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한다. 물론 확신이 없게 말을 하거나 '잠깐만요'하고 정보를 찾는 모습이 고객과 환자들에게 실력없고 무능력하다고 보일지라도 말이다. 신뢰감을 주기위해 그릇된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를 보완할 수 있게 자문을 구하고 정보를 찾는 모습이 진정한 실력자의 모습이자 자질이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지나친 신중함으로 고객에게 불안감을 주어서는 더욱 안된다. 우리가 자신감을 실력으로 자동적으로 사고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을 때 자신있게 말하고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자신감이 실력과 지식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쪽팔림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기제에 기인한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스스로는 잘 알고 있겠지... 우리 자신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진정 실력에 의한 자신감을 가지고 고객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실력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너무도 너무도 분명하다. 그래서 게으르고 핑계 많은 나 자신을, 알량한 지식 덩어리 조금 가지고 있다고 그들 앞에서 오만한 내 자신을 더욱 탓하게 된다. 

내가 해결하려고 하는 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그들의 문제점의 정보와 실마리는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만하게 굴, 모른다는 것을 숨길 명분이나 이유는 전혀 없다. 더 겸손하고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한다. 굳이 '벼는 익을수록 머리를 숙인다'는 말을 들지 않더라도, 실력이 증가할수록, 많이 알수록 자신감은 더 없어진다는 그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