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earable Lightness

재활=내려놓기

iTherapist 2020. 8. 12. 15:30

재활은 내려놓기에서부터...

 

 

뜻하지 않게, 나도 못 하는, 삶 속에서 늘 시도하지만, 늘 실패에 그치는, 나조차도 어려워하는 것을 고객님들에게 강요하곤 합니다. 바로 ‘내려놓기’입니다.

 

내가 경험하기에, '내려놓기'는 포기나 자기 합리화, 여우의 신포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더 가치 있으며, 더 고차원적인 그 무엇이더군요. 또 '내려놓기'는 현실 받아들이기의 다른 이름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경험한 '내려놓기'는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내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고 제약하는 틀을 깨는 것에 가깝더라고요. 

 

차라리, ‘내려놓기=자유’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를 ‘강박’하는 생각과 욕망을 내려놓으면 자유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강한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자유를 통해 더 강한 동기를 얻고, 그를 통해 더 목표에 몰입할 수있는 것은 부가적 이득이고요.

 

그 동안 재활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환자와 가족이 보이는 재활에 대한 마음과 의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이아플 정도로 간절하고, 강하고, 뜨거웠습니다. 내 ‘삶’을 잃어버렸을 때의 그 충격과 고통은 -감히 공감한다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깊고 크고 무거웠습니다. 그런 강한 의지와 간절함을 보고 느끼면서, 내려놓으라는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말은 위안이 아니라, 차라리 고통을 주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제아무리, 합리적이고, 실제적이고,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이유로 포장한다고 해도 삶을 잃어 고통스러운 분의 마음에는 다가갈 수도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내려놓기'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재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며칠 전 내려놓기에 성공하신, 그렇기에 재활에 성공하신 더랩프렌즈 고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병원을 퇴원하여 집에서 지내면서, 또 원래 하던 사업체를 운영하며 더랩프렌즈에서 운동을 하는 분입니다. 그분은 ‘이제 재활에 대한 잘못된 동기를 내려놓았다’고 말씀하시면서 누구보다도 더 강한 동기가 생겼으며, 그 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목표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꼭 해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저는 ‘이미 성공하셨네요’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모두들 재활에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재활의 성공은 병원을 퇴원하여 나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완성됩니다. 재활이란 ‘삶으로의 복귀’를 뜻합니다. 삶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성공이지요. 물론 원래의 그 삶은 아니죠.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 삶인 것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병원을 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시도하는 '삶으로의 복귀'는 신기루 같은 목표입니다. 병원이라는 환경과 맥락을 벗어나는 순간이 진짜 나의 삶을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나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내려놓은 사람만이 맞이 할 수 있는 성공이죠.

 

재활 현장에서는 BPS(bio-psycho-social) Model을 거론하여 재활을 설명합니다. BPS 모형은 건강을 생각, 평가, 관리할 때 신체뿐 아니라, 정신(심리), 그리고 환경과 맥락까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재활 영역에서는 상식이 되어야할 관점입니다. 환경과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반영한 재활 프로그램은 불가능합니다. 마치 지상 체육관 매트에서만 수영을 배우는 셈입니다. 물에는 한 번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수영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에 비유할만 합니다.

 

‘내려놓기’는 내 삶을 온전히 바라보고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실과 실제를 그대로 바라봐야만, 진정한 목표가 정해집니다. 그래야만 재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병리학적 진행을 멈추기 위해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과 의료 맥락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주서야 합니다. 그러면 재활은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내 삶 속에서 정한 목표가 아니면 진정한 목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에게 둘러싸여 침대에서 수영을 배우느니, 혼자 욕조에 물을 채우고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맞는 재활입니다. 내 삶에서 진짜를 찾으세요. 삶의 맥락 안에서 정해야만 진짜 목표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해야 할 일이 뚜렷이 보입니다. 문제가 명확해집니다. 진짜 시작은 그때부터입니다. 지금+여기서 당장 해야 할 일을 느끼고 정해야 합니다. 가상의 삶에서가 아니라, 진짜 나의 삶에서 말입니다. 그런 다음에 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전문가를 찾으세요. 그것이 진짜 재활이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재활이며, 그것이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길입니다.

 

내려놓기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그동안 위의 고객님에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내려놓기’, 어렵지만 해보실래요? 내려놓아야, 진짜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내려놓으시면, 더랩프렌즈는 더 열심히, 더 즐겁게, 더 열정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도 내려놓고 함께 달리겠습니다. 내려놓고, 더 가볍고, 더 빠르게 달려보시죠. 당신이 내려놓으면, 치료사로서 저도 많은 것들을 내려 놓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자유로워지면 저도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면 더 즐겁게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감히 요청드립니다.

 

내려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