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earable Lightness

내가 건강운동관리사 시험을 본 이유

iTherapist 2017. 6. 14. 11:14


얼마 전, 2017 건강운동관리사 자격 시험을 치렀다. 같은 날 저녁에 홈페이지에 게시된 답안을 토대로 가채점한 결과, 필기 시험에 합격했다. 앞으로도 실기구술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00시간의 연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생활체육지도자1급 자격증 시험이 이 시험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예전 생활체육지도자1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모두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으로 교체 발급된 것으로 안다. 2017년 올해로 3회 시험이다. 새로운 자격 제도라고 말할 수도 있고 오래된 자격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자격은 내게 ‘꼭’ 필요한 자격이 아니다. 또 이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서 기대될만한 이득도 별로 없다. 자격을 취득해서 관련 분야로 옮기려는 의도도 아니다. 사실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한다고 또는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이 “왜?”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하고 마음먹은 이유를 적어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자꾸 왜 했냐고 묻는다

사람의 몸이 기능적으로 움직이려면 여러 가지 신체 내외적 시스템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아래 도해는 신체적 기능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나타낸 것이다. 근수행력, 심폐지구력, 가동성과 유연성, 신경근조절과 협응, 안정성, 균형 또는 자세평형을 핵심 구성요소로 언급한다.[각주:1] 

한편 신경계 재활 분야에서 움직임에 대한 통찰과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Carr와 Shepherd는 적절한 움직임 수행에 필요한 인자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근력과 운동조절, 근골격계 유연성, 운동기술, 신체적합성과 지구력, 개인의 욕구, 적절한 환경이 그것이다.[각주:2]

먼저 언급한 모형은 근육골격계의 구조와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치료적 운동의 개념에 관한 문헌에서 언급한 내용이고, 나중에 언급한 모형은 신경계 손상 환자들의 움직임과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접근법을 소개하는 문헌에 나오는 모형이다. 근육골격계와 신경계, 각기 다른 신체 계통을 제한적으로 다루는 모형들이지만, 두 가지 모형에서 제안하는 기능을 위한 신체적 측면에 해당하는 요인들의 차이가 크지 않다.[각주:3]

두 모형의 공통점은 사람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뼈, 근육, 신경 이외에도 신체적합성fitness과 지구력(근육계 및 심폐계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상식이다. 내가 인식한 문제는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식을 토대로한 실제 모형을 현장에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재활 시스템, 특히 신경계 재활 시스템은 ‘잘 움직일 수 있게 하는데’ 모든 자원과 재원을 쏟아붓는 시스템이다. 뭐 좋다. 이것도 상식이다. 움직임은 모든 활동과 수행, 더 나아가 인간 행동의 가장 기본적인 모듈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잘 움직이게 하려고 고려하는 부분이 뼈와 근육뿐이다. 다시 말해서 움직임의 구성요소를 뼈와 근육으로만 보는 것이다. 

우리는 뼈와 근육만을 다루었다

신경계 환자의 재활에 관여하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담고 있는 모형에는 뼈와 근육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하는 근거는 그들이 내놓는 문헌들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들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재활 (현장)모형에서는 근육과 뼈의 가동성만을 평가하고 그것들의 질적 양적 변화만을 결과로 얻는다.

앞의 비판은 부메랑이다. 나를 향하는 화살이다. 문헌과 책, 그리고 내가 나의 사고틀로 고정해놓은 이론적 모형들에서는 한결같이 앞에서 이야기한 요소들을 인간 움직임의 필수 요소로 언급한다. 그런데도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뼈와 근육뿐이었다. 과제지향적접근을 한다며 실제 과제를 흉내 내는 행위를 반복하게 했어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것들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다른 요소들을 챙기지 못했다. 거기만 신경 쓰다보니 다른 중요한 것은 신경도, 공부도, 시도도, 관리도 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냥...

새로운 재활 모형을 꿈꿨다. 아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근본 원리 그대로의 재활 시스템을 시도하고 구현해보고 싶었다. 근력과 근골격계 유연성뿐 아니라, 운동기술을 훈련되도록 적절한 과제를 제시해주는 것은 물론, 신체적합성과 지구력까지도 증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꿈꾸었다. 개인의 욕구를 지지하고 복돋아 줄 수 있는 환경과 될 수 있으면 실제 상황에 가깝게 몸을 적응시키고 그 복잡한 복잡계의 상호작용에 적절한 부하가 생겨 그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 생기는 시스템을 꿈꾸었다. 근육과 뼈(관절)로 표현되는 움직임뿐 아니라 그를 뒷받침해주는 심혈관계와 순환계의 적응과 적합성까지도 챙겨줄 수 있는 시스템을 꿈꾸었다.

이것이 내가 건강운동관리사 시험에 응시하려고 했던 이유이다. (명분이 사라져서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시작해보려고 했다. 나 자신부터 말이다. 내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만, 내가 알아야만, 내가 해봐야만, 남에게 권하고 남을 설득할 수 있다. 

건강운동관리사 시험이 다루는 영역은 운동생리학, 건강체력평가, 운동처방론, 운동부하검사, 운동상해, 기능해부학, 병태생리학, 스포츠심리학이다. 내가 이 분야를 잘 모른다. 모르니 해봐야지. 내가 먼저 공부하고 겪어봐야 막막하고 막연한 숲에서 길이 보이니까. 물론 해볼만한 과목들이 있어서 해보자고 마음 먹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준비 하는 과정에서 공부가 많이 되었다. 해볼만한 과목들에서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길을 하나 더 찾기도 했다. 아직 운동처방이나 운동부하 분야에서 신경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나 프로토콜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그 부분은 또 다른 전문가, 아니 중계자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점을 느꼈다.

앞으로의 10년, 내가 마지막으로 시도하고 해보려고 했던, 아니 이뤄보고 싶었던 시스템이었다. 정력이 그나마 빵빵할 때 해보고 싶었다. 제대로 된 것을... 목표는 과정 중 겪는 경험과 깨달음이다. 결과가 아니다. 결과는 알 수 없으니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냥 해보고 싶었다. 그 의미 있는 시공간에서, 늘 미안함 마음이 생기게 하던 사람들과 그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냥”, “안되면 말고”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그거 왜 했어요?”라고 누가 물으면 나의 대답은 늘 “그냥!”이다. 


[미주]

  1. 1. Carolyn Kisner & Lynn A. Colby. Therapeutic Exercise; Foundations and Techniques, 5th, F.A. Davis. [본문으로]
  2. 2. Shepherd, R., & Carr, J. (2010). Neurological Rehabilitation: Optimizing Motor Performance, 2nd ed., Churchill Livingstone. [본문으로]
  3. 3. 사실, 운동조절의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두 모형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하지만 이 내용은 오늘 이야기할 내용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각 모형의 이론적 차이는 다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신체적 측면만 다루기로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