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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관점으로 이해하는 움직임과 통증 - 책 번역에 관한 변

부제: 또 하나의 #변💩을 만든 것에 대한 변 [복잡계 관점으로 이해하는 움직임과 통증. 토드 하그로브 저, 이문규, 조현정, 최호석 역, 학지사 메디컬] —————————————————————————————————————————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닙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책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우리말을 수준 있게 구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책을 번역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실행을 옮긴 이유는... 뻔한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이 책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Playing with Movement 입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정해둔 가제도 ‘움직임아, 놀자!’였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움직임’에 관한 책입니다. 움직임이라는 단어가 현장..

As a fysiotherapist 2020.06.29

초짜의 운과 낮게 달린 열매

당구를 전혀 칠 줄 모르는 사람이 당구 한 게임 치르는 것은 쉬운 일이다. 또 난생처음 치는데도 이기는 이변을 보이기도 한다. 볼링장에 처음 간 사람이 웬만큼 다녔던 사람보다 점수가 높은 경우를 우린 자주 본다. 아예 하지 못하던 사람이 무언가를 할 줄 알게 되는 단계는 비교적, 상대적으로 쉽다. 그냥 당구장에 가서 큐만 잡으면 끝나는 일이다. 거기에 무슨 거창한 테크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수의 훈수는 초짜에게 필요한 단계가 아니다. 해줘도 모르고, 그럴 단계도 아니고, 심지어 다시는 당구장에 가지 않겠다는 부적 피드백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움직임 같은 어떤 기예의 수준 차이는 등간척도나 간격척도가 아니다. 1단계와 2단계의 차이가 8단계와 9단계의 차이와 같지 않다. 태권도 1단에서 2단으로 올..

As a fysiotherapist 2020.06.29

상식, 구속복 그리고 윤리적 책임

20년이다. 이 업계에 발을 디딘 지 말이다. 겨우 20년. 게다가 실제 임상경력을 따지자면, 진정성 가지고 성실하게 일한 순간을 모두 합치면 한 3~5년쯤 되려나? 더 짧으려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은 (개인적) 것이 하나 있다. 뛰어난 치료 테크닉이나, 멋있는, 효과적인 운동을 시행할 때는 지켜야 할 것이 많다. 알아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잠시 고객의 몸에서 손과 눈을 떼어 생각해보면, 즉 잠시 그 기법과 운동의 ‘절차와 목적’을 생각해보면, 모든 테크닉과 운동 방법, 시술 방법들은 *상식*적인 틀을 벗어난 적이 없다. 우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테크닉들은 모두 시행 목적을 가진다.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말하지 않고 전달되는 테크닉 또는 운동 방법 교육이 ..

As a fysiotherapist 2020.06.29

회의론자 혹은 회색분자의 변명

지식과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혼란이 가중되고 무언가가 정리되어가거나 어떤 것이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수집한 찌라시 정보가 많아질수록 확증편향은 짙어지고 나만의 왕국에서 만들어진 괴물같은 이종결합hybridization 만 더 커졌다. 그렇게 나도 내가 사기꾼들이라고 욕하던 이들을 닮아 갔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움직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조절되는가, 특히 움직임 조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다시 고민하기로 했다.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찾고 구축하겠다는 오만함을 버리기로 했다. 불확실하고 주관적 생각이며 주장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 중 주관에서 시작되지 않은 지식이 있던가. 객관적이다고 주장하는 그 주장조..

#맥 빠진 EBP

개별 고객 또는 환자의 움직임과 기능적 활동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때, 즉 임상 현장에서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론 과정에서 근거Evidence가 전문가의 의사결정 과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경우는-적어도 아직까지는-거의 없다. 있더라도 미비하며, 그마저도 억지로 짜맞추어서, 제 논(리)에 물대기 위해 끼워 맞춘 것일 가능성이 크다. EBP가 목적 없이 근거를 찾아서 제시하는, 허세 섞인 지적 우월성 과시하기 위한, 짜맞추기 위해 재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수가능한 최선의 근거를 찾고 그 근거를 신중하게 해석하여 임상 상황에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정말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있다. “근거나 그 근거를 기반으로 수행하는 의사결정 과정과 ..

Study & Research 2020.06.29

진실게임

“우와! 이제 되네요. 대단하시다. 정말 잘하셨어요. 우와, 이걸 해내시다니...” “엥? 이거 원래 되던거 아니었어요? 이거는 할 줄 알았는데?” “... ...” 움직임이라는 것이 본디 그런 것이죠. 하지 못할 때는 잃은 것이 분명하고 뚜렷하다가, 한번 하게 되고 할 줄 알게 되면 이걸 못한 적이 있었던가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움직임이죠. 또 움직임은 그래야만하죠. 인지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와야하는 것이 움직임이죠. 아무렴 어떻습니까? 기억 못하셔도 됩니다. 그냥 할 줄 알게되면 그만이죠. 전-후로 뭐가 바뀌었는냐는 저만 알면 되는 것이고, 또 드러낼 필요도 없는 것이죠. 저 때문에 좋아졌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사실 ‘천박’한거예요. 또 그걸 굳이 설명하거나 인식시킬 필요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