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ough the Mac

맥으로 학위논문 쓰기 - 알아보기라도 했냐?

iTherapist 2014. 7. 1. 11:17

** 끝까지 읽으세요. 깜짝 선물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한 페친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용인즉슨, 대학원에 알아보니 학위논문 제출할 때 정해진 파일 포맷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HWP* 포맷으로 제출해야 되는 걸로 생각했던 거지. 나도 그랬으니까.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어. 선배들이 그렇게 했으니까. 당연히... 페친은 엇그제 있었던 워크샵 참가 후에 생각나서 혹시나 하고 대학원에 물어보니, 파일은 *PDF*로 제출해도 되고 *DOC(MS Word)* 포맷으로 제출해도 된다고 했단다. 상관없다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 HWP로 논문 쓸 때의 그 삽질, 그 느낌 잘 아니까~~ (오해마시라. 난 HWP가 한글에 가장 최적화된 훌륭한 앱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HWP로만 논문 쓸 때의 그 삽질. 그리고 다른 앱들과 호환이 전혀 되지 않는 독불장군식의 그 방식이다.)

맥으로 학위논문을 쓰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 중 하나가 바로 HWP 포맷이다. 2014년 올 초에 맥용 HWP가 출시되긴 했다. 도무지 왜 만들었을까가 의심스러웠던 2006년 버전에 비하면 아주 안정적이고 속도도 빨라졌다. 윈도우용 한글버젼과 기능상 차이가 나는 부분도 많지만, HWP 문서를 주고받으며 협업을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버전이다.

그렇지만 ‘맥으로 논문 쓰기’ 아니 ‘맥으로만 논문 써보기’ 시도하는 나에게 HWP는 여전히 계륵 같은 존재이다. 논문 쓰기 워크플로우에서 HWP가 끼어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파일을 제출해야 하는 곳이다. 대학원이나 학회지, 또는 관공서에는 HWP 포맷을 강요하기에… OTL

그동안 맥으로 논문 쓰기 워크샵에 참가했던 분들, 또는 워크플로우를 제안받은 분 중 대다수가 그 자리에서는 ‘혹’하며 불을 댕겼다가 금세 셀프 진화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원에 다니는 분들의 공통된 걱정거리는 ‘지도교수님이 HWP로 보내라고 해요.’이다. 


## 알아 봤니? 물어 봤니?

난 박사학위 논문을 ‘맥으로만’ 썼다. 논문 쓰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맥용 앱들을 그리고 맥 환경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강제적 장치로 작동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 포기하고 그냥 윈도우로 갈까?’를 몇 번 고민했었다. 그리고는 결심했다. ‘그래 주변을 바꾸자!’

대학원 교학과에 찾아갔다. 학위논문 제출 규정을 꼼꼼하게 읽고 절차와 과정을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았다. (결국, 여직원은 짜증을 냈다.) 나의 진상짓의 핵심은 하나였다.

 

"꼭 HWP로 제출해야 해요?"


교학과는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규정집에 나와 있고 관례상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잔말 말고 선배들이 한 것처럼 너님도 CD에 HWP 파일 예쁘게 넣어서 제출하라는 논리였다. 난 또 물고 늘어졌다.


"학위논문집을 8부나 제출하라고 하잖아요. 그 학위논문 최종본이 논문의 근거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HWP 파일을 받느냐고요." (난 꽤 정중하게 말했음)


교학과 직원은 전자문서로 변환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HWP 파일을 받아서 PDF나 기타 전자문서 포맷 형태로 변환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파일을 받는다고 하였다.


"그럼 양식이나 형식 검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PDF로 변환하기 위해서 HWP 파일을 받는다는 겁니까? 그럼 제가 PDF로 제출해도 되는 거네요?" (난 꽤 정중하게 말했음)

"네? … 음… 네! 그래도 되겠네요. 대신 형식은 정확히 맞춰 주세요. 그리고 문제 생기면 그때는 HWP로 내주세요."




난 대학원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서의 형식을 그대로 Pages 포맷으로 만들었다. 자로 재고 출력하여 겹쳐 놓고 창문에 대고 오차를 확인했다. 형식만 비슷하게 맞추면 게임 끝나는 것이니까. 일단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리지는 않았다. 괜한 튀는 짓으로 미운털 박히면 안 되니까.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

히!히!히! 난 그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HWP로 삽질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나의 워크플로우를 실현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결과를 전해들은 지도교수님은 ‘그래?’라는 반응 외에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내가 졸업한 이후로 랩 후배들은 다 맥으로 논문 쓰고 Pages 앱으로 논문을 편집했다. 한 명이 똘아짓하면 그다음 사람들이 모두 편해져요. 


##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지말고 가서 알아보세요. 

먼저, 선배들이 한 파일 받아서 거기에 그대로 입력하지 말고 대학원에 가서 규정을 알아보고 가능성을 문의하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은 *꼭 HWP* 여야하는 이유와 근거가 없습니다. 형식(간격, 글꼴, 글자크기)만 맞추면 되는 거죠. 

다음은, 지도교수님께 자주 들리세요. 빈손으로 들리지 말고 한 손에는 커피를 다른 손에는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출력한 종이를 가지고 가세요. 영감님에 가까운 분일수록 종이에 출력된 텍스트 읽기를 더 좋아합니다. 빨간색 펜을 무척 좋아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새빨간 펜으로 쫙쫙 선을 그어 가며 읽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러면 HWP 파일을 안 봐도 되는 거잖아요. HWP로 작업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요구하고 지시하기 전에 한발 먼저 움직이라는 거지요. (대학원 과정의 선생님이라면 이글을 꼭 읽으세요)

지도교수님은 HWP 파일을 사랑해서 그렇게 보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마감일에 다가오고 당장 가져올 수 없으니 빨리해서 메일로 보내라는 상황이 대부분이죠. 시간이 없으니 파일로 받아보고 바로 거기에 빨간색 글자를 입력하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지요. 예정일에 맞추어 종이로 출력해서 딱딱 가져가고 코멘트 받아 오면 더 좋아하실 겁니다. 진짜라니까…

지도교수님을 신세계로 안내하세요. 사실 그분들도 선배와 지도교수님으로부터 HWP 파일을 물려받고 그렇게 경험했기 때문에 그 워크플로우로 작업하시는 겁니다. 그것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러는 겁니다. 지도교수님을 바꾸면 나도 편하고 랩 전체가 편해져요.(사실 많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죠. ^^;)

가만히 있지 말고 가서 알아보고, 한 발 먼저 움직이세요. 좀 더 여유로워지고 잠시나마 세상이 조금 아름답게 느껴진답니다. 히히히


## 깜짝 선물

HWP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장애물은 태백산맥입니다. 맥용 워드프로세서의 대표주자인 Pages로 된 양식을 구할 수 없는 것도 가장 첫 번째로 부딪히는 고개입니다. 

그래서 공개하겠습니다. Pages로 작업 된 학위논문 파일을 배포합니다. 많은 학교의 논문 포맷이 대동소이합니다. 많이 다르지 않죠. 소속 대학의 학위논문 형식과 비교한 다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수정해서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