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earable Lightness

품앗이는 우리의 미덕, 그러니 논문 쓸때도...

iTherapist 2012. 11. 29. 10:39


'지난번 내가 이름 넣어줬으니 이번엔 너가 이름 넣어주라'

대학원에서는 연구 윤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 윤리를 어기는 방법을 암암리에 강요한지 오래입니다. 우리네 노동의 미덕인 "품앗이" 풍습을 농촌이 아닌 대학원에서 계승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품앗이 미덕을 교수님들이 직접 나서서 조장하고 알선하고 강요한다는 점입니다. 대학원에서는 누군가 '혼자서 논문 한편 게재하면 100%인데 3명이서 각자 이름 실어주면 150% 된다 사탕을 제공합니다. 아주 달콤하죠. 품앗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논문의 저자일까요? 어떤 사람이 논문 저자의 자격이 있는 걸까요? 너무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질문이지만 현실의 답변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논문의 저자에 대한 규정과 생각들은 학회마다, 연구집단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대 민양기교수님이 저서에서 밝힌 논문저자의 자격에 대한 내용이 가장 합리적이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009/05/04 - [Study & Research] - 논문 저자의 자격


'편수로 점철되는 연구자의 능력' 

"논문 % 했냐?", " 편이냐?"라는 많이 들으시죠? 연구자가 무슨 분야에서 어떤 연구와 논문을 발표했는지 내용은 얼마나 분야에서 가치가 있는 논문인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몇편이냐로 연구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풍토는 대학의 경쟁력과 대학의 질적 평가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시장 논리가 교육에 침투하여 생긴 결과라는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합니다. 그렇다보니 편수와 연구 실력의 지표인 연구참여율의 수치를 올리는데 급급합니다. 어떤 분은 본인의 연구실적이 1000%라고 자랑하더군요. 그분의 논문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본인이 1저자이거나 교신저자인 논문은 별로 없더군요.


' 이름이 들어가 있어? 논문의 내용도 모르는데?'

논문의 저자는 누가 되야하나요? 실험을 도와주면 저자가 될수 있나요, 아님 자료 정리를 도와주면 저자가 될수 있나요? 우린 문대성위원과 황우석박사를 욕할 없으며 최근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서울대 교수의 연구 윤리문제에 대해 혀를 찰수 없습니다.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연구에 대해서는 하나 아는 바가 없는 분들도 많습니다. '(연구실) 식구잖냐라는 한마디에 논문의 저자들이 결정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을 넘어 연구실의 규칙이 되버린 현실입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도출하는데 기여한 사람이…'

연구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내거나 기존의 지식과 정보를 재확인 또는 검증하는 절차라고할 있겠죠. 논문은 연구 결과를 글로 정리한 문서로써, Peer review 거친, 동료 연구자들의 검정을 거쳐 학술잡지에 실린 글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도출하는데 기여한 사람이라고 있으며 과정에 기여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실험을 도와주었다고, 대상자를 모아주었다고, 실험을 대신해주었다고, 자료를 입력해주었다고 저자가 될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실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지만 연구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했거나, 연구 결과의 해석을 도왔거나, 연구 결과 해석의 잘못된 부분을 교정 또는 다르게 해석해주었다면 논문의 저자가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의 지도교수님이 지도학생의 연구에 저자로 참여할 있는 이유는 설계과정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며 해석하는 과정에 함께했기 때문이지 '지도교수라는 직함 때문에 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확신할 없습니다. 문제가 제가 아는 몇몇 대학의, 특정 연구실의 특수한 상황인지 아니면 다른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풍토인지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네 풍토 논문 품앗이 이대로 괜찮을까요? 어떻게 하면 개선할 있을까요? 오롯이 교수님들의 몫일까요? ’좋은게 좋은거 아냐?’, '우리가 남이냐?'라는 잘못된 온정주의 때문에 그릇되게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윤리란 잘못된 일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무엇인 잘못되어 있나요? 우린 그것을 바로 잡을 의지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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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무슨  없습니다아주 평온한 날을 나날이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올리면 무슨 불이익을 당했나보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인지라 미리 말씀드리지만  문제와 관련하여 아무런 일도 없었습니다너무 심하다싶어 거론하고 싶었을뿐입니다최근 대학원에 진학하시는 분들도 많고 연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셔서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고 우리부터 작은 노력을 해보자는 생각에 쓸데없이 포문을 열어봅니다.

** 이 글은 필자가 지난 여름, facebook 그룹 iTherapist에 게시했던 글로 장문의 글이 타임라인에 떠밀려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이곳으로 옮겨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