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earable Lightness 63

재활=내려놓기

재활은 내려놓기에서부터... 뜻하지 않게, 나도 못 하는, 삶 속에서 늘 시도하지만, 늘 실패에 그치는, 나조차도 어려워하는 것을 고객님들에게 강요하곤 합니다. 바로 ‘내려놓기’입니다. 내가 경험하기에, '내려놓기'는 포기나 자기 합리화, 여우의 신포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더 가치 있으며, 더 고차원적인 그 무엇이더군요. 또 '내려놓기'는 현실 받아들이기의 다른 이름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경험한 '내려놓기'는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내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고 제약하는 틀을 깨는 것에 가깝더라고요. 차라리, ‘내려놓기=자유’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를 ‘강박’하는 생각과 욕망을 내려놓으면 자유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강한 에너지를 얻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자유를 통해 더 강..

회의론자 혹은 회색분자의 변명

지식과 정보를 얻으면 얻을수록 혼란이 가중되고 무언가가 정리되어가거나 어떤 것이 명확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수집한 찌라시 정보가 많아질수록 확증편향은 짙어지고 나만의 왕국에서 만들어진 괴물같은 이종결합hybridization 만 더 커졌다. 그렇게 나도 내가 사기꾼들이라고 욕하던 이들을 닮아 갔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움직임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조절되는가, 특히 움직임 조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다시 고민하기로 했다. 확실한 근거와 논리를 찾고 구축하겠다는 오만함을 버리기로 했다. 불확실하고 주관적 생각이며 주장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 중 주관에서 시작되지 않은 지식이 있던가. 객관적이다고 주장하는 그 주장조..

진실게임

“우와! 이제 되네요. 대단하시다. 정말 잘하셨어요. 우와, 이걸 해내시다니...” “엥? 이거 원래 되던거 아니었어요? 이거는 할 줄 알았는데?” “... ...” 움직임이라는 것이 본디 그런 것이죠. 하지 못할 때는 잃은 것이 분명하고 뚜렷하다가, 한번 하게 되고 할 줄 알게 되면 이걸 못한 적이 있었던가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움직임이죠. 또 움직임은 그래야만하죠. 인지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와야하는 것이 움직임이죠. 아무렴 어떻습니까? 기억 못하셔도 됩니다. 그냥 할 줄 알게되면 그만이죠. 전-후로 뭐가 바뀌었는냐는 저만 알면 되는 것이고, 또 드러낼 필요도 없는 것이죠. 저 때문에 좋아졌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사실 ‘천박’한거예요. 또 그걸 굳이 설명하거나 인식시킬 필요도 ..

#우에다치료, #근거의부재 vs #근거부재의근거

작년 페이스북에 썼던 글이 ‘과거의 오늘’에 떠서 다시 읽어보았다. 그당시 우에다 교육과 관련된 페이스북 글에서 읽은 내용이다. “전세계적으로 신경계 물리치료법들의 한계와 유의성 없음에 대한 보고들이 일반화되었으며…” “우에다 치료법은… 현재 치료법들 중 가장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보바스, 보이타, PNF에서 느끼지 못한 효과를 기회가 된다면 더 널리…” 위와 같은 글을 보고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 근거 부재가 근거 부재의 근거는 아니다. Absence of evidence is not evidence of absence. -------------------------------------------------- [#우에다 치료 교육 홍보글을 보고…] 2017년 12..

내가 건강운동관리사 시험을 본 이유

얼마 전, 2017 건강운동관리사 자격 시험을 치렀다. 같은 날 저녁에 홈페이지에 게시된 답안을 토대로 가채점한 결과, 필기 시험에 합격했다. 앞으로도 실기구술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200시간의 연수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생활체육지도자1급 자격증 시험이 이 시험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예전 생활체육지도자1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은 모두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증으로 교체 발급된 것으로 안다. 2017년 올해로 3회 시험이다. 새로운 자격 제도라고 말할 수도 있고 오래된 자격시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자격은 내게 ‘꼭’ 필요한 자격이 아니다. 또 이 자격을 취득한다고 해서 기대될만한 이득도 별로 없다. 자격을 취득해서 관련 분야로 옮기려는 의도도 아니다. 사실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한다고..

We trust copy and reject original.

"아버지는 #PNF에 관한 당신의 연구가 질문/의심 없이 받아들여지거나, 체계화되거나, 변하지 않고 남아 있기를 바란 적이 없어요." (줄리 Julie Kabat, Dr. Kabat’s daughter) Karel Lewit는 이렇게 말했다지. "We trust copy and reject original." (사실 Karel은 '측정 장비를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결과만 신뢰하고 직접 관찰하고 검사한 결과를 간과하는 임상의 실태를 꼬집어 말한 것이다. 난 액면 그대로의 의미로 사용한다. 원조는 버리고 가짜를 신뢰한다는 액면.)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이 비단 미술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원조 #original"의 말은 더이상 아무런 힘과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이제 기성이된 "#가짜 #Copy..

계약서요? 무슨 계약서요?

"네? 계약서요? 무슨 계약서요?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한 마디 할 때마다 ‘허허'라는 추임새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황당한 말을 듣고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결심을 한 듯 숨을 크게 들이켰다. 말하는데 필요한 공기량을 충분히 채우고는 ‘내말 잘 들어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내가 30년 동안 이쪽 교수님들, 000교수, 000교수님 아시죠? 제가 그런 사람들하고도 계약서 없이 일 해왔어요. 사람 못 믿어요? 박사님? 돈이 급하세요? 사람 못 믿고 어떻게 일 해요. 이박사님 책 작업 처음 해보세요? 학교 000 나오셨죠? 거기 000 교수님에게 여쭤봐요. 그런 분들하고도 계약서 없이 해왔어요. 한번 물어보세요."그는 '이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겠지'하며 안도..

[펌글] 브리타,생일, 독일원정대, 우정 그리고…

응? 생일파티 참석하러 독일에 간다고?! 브리타 선생님 생일 파티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작년 독일에서였다. 당시 우리는 CLT 코스 참석 차 독일에 있을 때였다. 그때 이문규 과장님은 “내년에 브리타선생님이 생일 잔치에 우리를 초대할 거 같다. 나혼자라도 참석해야겠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올 해 초 브리타 선생님이 한국에 오셔서 다 같이 저녁을 먹은 날, 예상 치 않게 여러 사람이 브리타 생일 파티에 참석하러 독일에 가겠다고 나섰다. 나를 포함해서. ^^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린 “독일원정대”라고 이름을 붙였다. “This is the start about the story of the fellowship to Germany.” 출발~ 독일원정대가 꾸려진 날부터 출발하는 날을..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금남로 구도청 뒷편에서...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기차 출발 시간이 남아 잠깐 들린 서점에서 함께 갔던 치가 뜬금없이 책 한 권을 앵겨주었다.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야! 나 소설 안읽으니 사줄라면 내가 읽고 싶은 다른 책으로 사줘. 말을 목구멍 아래로 다시 집어 넣었다. 요새 무슨 상 받았다고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한강 씨 책이잖아. 그냥 읽어 보자. 책을 앵겨준 그 치는 소위 요즘 뜨고 있는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기차에 올라 타고 난 그 책을 들었다. 가벼웠다. 왼손으로 책 한쪽을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다른 쪽을 움켜지고는 책을 구부렸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대고 책장을 후루룩 넘겼다. 215쪽. 흐음, 그래. 뭐 이정도면 금방 읽겠군. 얼른 읽어 버리자. 책을 다시 내려 놓고 원래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 ...

마네킹의 착각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몰라. 그 옷가게의 마네킹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어. 어떤 옷을 걸쳐도 다 잘 어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몸매를 부러워했거든. 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보며 꿈을 꾸기도 했거든. 말 그대로 정말 삶의 모델인 줄 알았던거야. 자신이 정말 잘난 것이라 생각했던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그 옷가게는 문을 닫게 되었고 마네킹은 컴컴한 창고에 처박히게 되었지. 처음에는 낙담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를 컴컴한 창고에서 보내다보니 점점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항상 화려한 쇼윈도의 배경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된거야. 보잘것 없었지. 수치스럽고 창피했지. 옷이 벗겨진 자신의 몸은 여기 저기 긁힌 자국에 ..